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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성매매 집결지 ‘609’ 70년 만에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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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성매매 집결지 ‘609’ 7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입력
2020.06.0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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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해운대구 공식 폐쇄 선포식

현 부지엔 38층 규모 숙박시설

“‘609’ 여성들 자활 지원 절실”

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해운대 609' 폐쇄 선포 행사가 열렸다. 부산 해운대구 제공
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해운대 609' 폐쇄 선포 행사가 열렸다. 부산 해운대구 제공

3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645번지. 일명 ‘해운대 609’라고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에 해운대 구청장과 지역 주민자치위원장, 성매매 피해 상담소 관계자, 주민 등 40여 명이 모였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 선포 및 성매매 근절 캠페인’이 열리는 자리였다. 홍순헌 해운대 구청장은 ‘해운대 609’ 폐쇄를 선포했고, 참석자들은 성매매 근절 구호를 외쳤다.

홍 구청장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탄생한 609는 과거의 어두운 한 장면으로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주민의 오랜 희망이었다”면서 “해운대구를 누구나 살고 싶은, 쾌적한 도시로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 609’가 7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해운대 609’는 서구의 ‘완월동’, 부산진구 범전동 ‘300번지’와 함께 부산 지역 3대 성매매 집결지로 알려진 곳이다.

이날 공식 폐쇄가 선포된 ‘해운대 609’는 한국전쟁 이후 형성됐다. 이름은 1971년까지 해운대 인근에 주둔하던 미 609 수송부대 명칭에서 비롯됐다.

이곳은 1960년과 1970년대 초 사이 한때 50여 개 업소에 200명 이상의 여성이 종사했는데,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점차 쇠락했다. 또 해운대 일대가 국내 대표 관광지로 발전하면서 609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져 폐쇄를 바라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성매매 집결지인 '해운대 609' 건물들을 철거하고 있는 모습. 부산 해운대구 제공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성매매 집결지인 '해운대 609' 건물들을 철거하고 있는 모습. 부산 해운대구 제공

그 동안 해운대구는 609 폐쇄를 위해 부지 4만2,856㎡를 매입해 관광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진척이 없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해운대구는 해운대경찰서, 해운대소방서 등과 ‘609 폐쇄를 위한 지역협의체’를 만들었다. 이어 성매매 피해 상담소인 ‘부산여성지원센터 꿈아리’와 함께 긴급 상담, 직업훈련과 알선 등의 각종 지원을 통해 여성들이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민간 사업자가 609 부지에 2022년까지 지하 5층, 지상 38층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을 짓기로 하면서 올 2월 609 부지 건물들을 철거했다.

김향숙 부산여성지원센터 꿈아리 소장은 “지난해 말 부산시의회에서 ‘부산시 성매매 집결지 성매매 피해자 등 자립ㆍ자활 지원 조례’가 통과됐다”면서 “이 조례를 근거로 609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생계비, 직업훈련비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4년 12월 완전 폐쇄된 범전동 ‘300번지’의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당시 생계비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아 경제적 도움 등으로 사회에 적응하는 데 성공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성 단체 등은 부산시에서 만든 관련 조례가 폐쇄가 추진되고 있는 ‘완월동’ 뿐만 아니라 ‘609’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여성지원센터 측은 “609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자활 기반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부산시나 해운대구 측과 계속적인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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