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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이번에도 국민이 해냈다

입력
2020.05.06 18:00
수정
2020.05.06 18:1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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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성과, 국민의 헌신이 만든 기적

정부 우쭐하기보다 사회적 약자 돕고

포스트 코로나 대비 집중해야 국운 융성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참석자들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의료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참석자들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의료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디어 끝이 보인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있다. 정부는 6일 방역 체계를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했다. 신규 확진자는 모두 해외 유입 사례다. 국내 감염은 사흘 연속 0명을 기록했다. 2,900여만명이 참여한 총선에서도 확진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기적은 5,178만여명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 이룬 성과다. 굳이 공을 따지면 의료진의 헌신을 가장 앞에 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묵묵히 방역 수칙을 실천한 국민들이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시민들은 답답하고 귀찮아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온라인 개학이란 초유의 실험도 해냈다. 엄마들은 삼시 세끼를 비롯해 늘어난 집안일을 다 하며 선생님 역할까지 맡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아이들도 꾹 참았다.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은 물론, 지인들 모임도 줄였다. 인륜지대사인 결혼식을 미룬 이들도 적잖다. 종교도 예배를 멈췄다. 나보다는 우리를 우선한 이타심과 공동체 의식으로 스스로를 격리한 작지만 큰 희생들이 없었다면 상황은 크게 달랐을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위기를 이겨낸 건 늘 국민이었다. 김영삼 대통령 임기 말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결국 나라를 구한 건 국민들 힘이었다. 사람들은 장롱 속 아이 돌반지와 금가락지까지 꺼내 정부가 달러를 사 빚을 갚을 수 있게 도왔다. 이렇게 모인 금이 무려 227톤, 당시 한국은행 금 보유고의 20배를 넘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조기 졸업한 원동력이었다.

새삼 국민의 공을 강조하는 것은 정부가 K방역의 성공에 우쭐할 때가 아니란 얘길 하고 싶어서다. 물론 자국 역사와 문화, 다른 나라들은 이루지 못한 성과 등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건 ‘국뽕’이라 해도 자연스럽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등 정부와 전문가가 한 몸이 돼 철저한 방역 조치를 취한 건 분명 칭찬할 일이다. 이전 정부의 모습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 미흡한 대처로 사태를 악화시킨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돋보인다.

정은경(가운데)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지난달 2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환자 진료 및 치료에 힘쓰는 의료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가운데)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지난달 2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환자 진료 및 치료에 힘쓰는 의료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아직 상황이 끝난 게 아니다. 코로나19로 숨진 희생자는 250명도 넘는다. 아직 병원엔 1,200여명의 환자들이 있다. 상대적으론 적지만 유가족의 상처를 생각하면 축포를 터뜨릴 때는 아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방역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희생이 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K방역 홍보보다 치명적 타격을 입은 이들의 재기를 돕는 게 더 시급하다. 3월에만 임시ㆍ일용직은 12만명 이상 일자리를 잃었다. 출퇴근길에 문을 닫은 식당과 카페, 주점, 노래방을 찾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가장 약한 고리인 이들은 방역이란 국가 대명제 아래 코로나19의 파장을 온몸으로 떠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스러지고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만하기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적 희생이 빛이 날 것이다. 우린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19를 일찍 경험한 탓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도 남들보다 먼저 만나게 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더 빨리 알 수 있는 자리에 서 있다. 우리가 잘하면 새 기준을 제시할 수도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은 자유무역과 수출 주도 전략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전 세계가 ‘성곽 시대’로 돌아간다면 이런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새 전략의 수립은 우리에게 더 절실한 과제다.

위기는 위장된 기회라고 한다. 지금은 국운이 다시 융성할 절호의 찬스일 수 있다. 전 세계를 평정한 한국 여자 골프, 빌보드차트를 석권한 방탄소년단(BTS),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떠올리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제 K방역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새 전략과 모델을 제시할 때다. 우리 국민은 이 또한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박일근 뉴스2부문장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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