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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판役 포기한 선관위 덕분에 선거보조금까지 챙긴 위성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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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판役 포기한 선관위 덕분에 선거보조금까지 챙긴 위성정당

입력
2020.03.3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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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 모전교~광통교 구간에 설치된 '아름다운 선거 조형물' 아래에서 투표 참여를 홍보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 모전교~광통교 구간에 설치된 '아름다운 선거 조형물' 아래에서 투표 참여를 홍보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들이 제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의 적법성을 졸속 심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성정당 소속이라도 선관위 후보 등록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건 선관위가 위성정당 창당을 허용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하지만 선관위가 거대 양당의 정치적 꼼수에 제동을 걸 마지막 기회를 별 고민 없이 날려 보내 아쉬움이 크다.

개정 공직선거법은 정당은 민주적 심사 절차를 거쳐 대의원ㆍ당원 등의 투표 절차에 따라 비례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후보 등록을 할 때 비례 후보 추천 과정을 기록한 회의록 등을 선관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민주적 절차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후보 등록을 모두 무효로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하지만 선관위는 위성정당들이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27일 제출한 회의록 등을 당일 심야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 심사한 뒤 형식 요건을 갖췄다며 적합 판정했다.

통합당이 미래한국당 공천에 노골적으로 개입했고,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 공천을 원격 조종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통합당은 비례 명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미래한국당 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을 갈아치운 뒤 사실상 명단을 새로 짰다. 더불어시민당도 서류 접수 반나절 만에 비례 1번을 결정하는 등 적지 않은 무리수를 뒀다. 선관위가 위성정당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심사했다면 도저히 면죄부를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관위는 위성정당 등록을 허용했을 때도 형식적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선관위가 소극적인 법 해석으로 책임을 방기한 사이 선거판은 꼼수와 반칙으로 얼룩졌다. 그것도 모자라 미래한국당은 국고보조금 지급 전날 ‘의원 꿔주기’ 꼼수로 교섭단체 기준을 충족해 거액을 챙겼으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헌법은 정당은 그 목적과 조직,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리당략을 위해서라면 헌법마저도 우습게 아는 두 거대 정당도 문제지만, 정당 민주주의의 퇴행을 보고도 스스로 심판 역할을 포기한 헌법기관의 행보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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