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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의 美대선 이야기] 코로나는 공화와 민주, 누구 손을 들어줄까

입력
2020.03.22 18: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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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경선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연합뉴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경선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연합뉴스 뉴시스

코로나19가 미국에 상륙했다. 모든 일상이 멈추고, 주식시장은 대폭락을 이어가고 있다. 몇몇 주에서 대선 경선을 연기하기로 했으며, 7월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열릴 예정인 민주당 전당대회도 개최가 불투명하다. 만약 가을까지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11월 대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코로나19는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론적으로 보았을 때, 코로나19와 같이 부정적 사건은 여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하다. 첫째, 기분이 안 좋다거나 불안하다는 지극히 감정적인 이유로 국민들이 집권여당에 분풀이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떨어지면서 트럼프 지지율도 같이 하락한다. 셋째, 부정적인 사건 때문에 경제까지 동반 하락하는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현직 대통령에게 묻는다. 넷째, 코로나19 때문에 의료보험 이슈를 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중요한 문제로 인식한다면, 의료보험 정책에서 연방정부의 소극적인 역할을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극심해진 정당 양극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각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더는 상대 정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 내 정당의 입장은 옳은 것이고 상대방은 거짓된 정보와 아집으로 가득 찬 ‘민주주의의 적’이자 ‘타도’의 대상이다. 정치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감정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라고 부르는데, 코로나19를 둘러싼 여론에도 적용된다. 공화당 지지자에 비해 민주당 지지자가 코로나19를 훨씬 더 위협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알려져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대해 공화당 지지자들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정반대이다. 따라서 코로나19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국민들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오히려 민주당에 불리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10인 이상의 모임이 제한되고 대면 접촉이 감소할 경우, 선거 운동의 활력이 떨어지고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 1960년 이후 대선 투표율을 보면, 공화당이 승리한 경우는 평균 56.2%이지만 민주당이 승리한 경우는 평균 60.3%이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백악관이 넘어간 대선은 이전보다 투표율이 평균 1.6%포인트 감소했고 공화당이 연속해서 승리한 경우는 투표율이 평균 1.0%포인트 감소했던 반면에,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간 대선은 투표율이 오히려 평균 4.1%포인트 증가했었다. 투표율이 낮아지면 민주당에 불리한 셈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소수인종과 저소득층의 투표율은 변동이 심하다. 미국의 선거일은 휴일이 아니라서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시간당 임금이 낮거나 노동시간이 유동적이지 않은 흑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저소득층 유권자들은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상쇄할 만한 강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투표에 참여한다.

둘째, 선거인단 제도라는 특수성 때문에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라고 불리는 격전지가 중요한데, 이곳에서는 투표율이 낮을 때 민주당이 패배했었다. 미국은 50개 주에서 각자 대선 결과를 취합한 후 그 주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선거인단을 몰아주는 승자독식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대다수는 민주, 공화 어느 한 정당의 후보가 안정적으로 승리하지만, 5-6개 주는 2% 미만의 표차로 결정된다. 그리고, 최근 선거에서는 이들 소수 격전지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되었다. 투표율의 변동이 심한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참여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조건인 셈이다.

지난 2016년 대선을 보면 미국 전체 투표율은 2012년 대비 0.5%포인트 정도만 떨어졌지만, 흑인은 66.2%에서 55.9%로 10.3%포인트 감소했고 히스패닉은 48.0%에서 32.5%로 15.5%포인트 떨어졌다. 백인 유권자의 투표율이 62.2%에서 64.1%로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0.3%포인트 표차로 트럼프가 간신히 승리한 미시간의 경우 흑인 투표율은 10.1%포인트, 히스패닉은 29.7%포인트 감소했다. 트럼프가 1.0%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위스콘신도 흑인 투표율이 28.6%포인트나 하락했다. 펜실베이니아와 플로리다의 상황까지 다 고려한 후, 소수인종의 투표율이 예전과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이들이 평균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만큼의 표를 추가할 경우 대선의 승자가 바뀐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이 경선 과정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 향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미시간, 위스콘신, 그리고 플로리다에 특별히 더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투표율이 민주당이 원하는 만큼 올라가지 않는다면 누구의 승리도 장담하기 힘들 듯 보인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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