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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집값 안정의 열쇠: 매도공급과 기대 관리

입력
2020.03.2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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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 사무실. 이한호 기자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 사무실. 이한호 기자

필자는 3주 전 칼럼(‘새 아파트를 많이 짓는 것만이 능사일까’)에서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의 폭등은 신규공급 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니며, 따라서 민간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대로 신규공급을 늘림으로써 가격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 원인과 그에 대한 처방을 수요 또는 신규공급보다는 매도공급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관련된 정책적 시사점을 가격 기대심리의 관리를 중심으로 도출하고자 한다.

사실 수요 측면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 압력이 가격 상승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원인을 설명하고 처방을 제시하는 데 미흡한 한계가 있다. 그것이 실수요든 투기수요든 간에,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변수’가 아닌 ‘상수’인 상황에서, 최근의 가격 상승을 수요 변화로 오롯이 설명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설사 정부의 시각대로 투기 수요가 주원인이라 해도, 투기 수요의 ‘실탄’인 유동성을 이미 수차례에 걸친 대출 규제 강화를 통해 죄어온 만큼 추가로 억누를 여력이 마땅치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공급 측면이다. 그중에서도 지난 칼럼에서 살펴본 대로 재고물량 대비 비중이 미미하고 정책적으로 조절하기도 어려운 신규공급을 제외하면, 결국 ‘매도공급’, 즉 재고아파트를 팔려는 물량이야말로 가격 상승의 원인과 이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최근의 아파트 가격상승은 공급 대비 수요가 늘었다기보다는, 수요 대비 매도공급이 줄면서 거래 물량이 희소해진 데 주로 기인한다. 서울의 월평균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최근 2년간(2018~2019년) 7,015호였는데, 이는 정부 출범 이전 2년간(2015~2016년) 거래량인 1만584호에 비해 3분의 1이나 감소한 것이다.

가격이 폭등하는 한편으로 보유세가 인상되는 와중에도, 매도공급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은 것은 왜일까? 왜 비싸진 집을 팔지 않고 세금을 내가며 버티는 걸까? 답은 자명하다.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올라도 수억 원씩 오를 텐데 그깟 세금 몇 푼 더 내는 것이 대수일 리 없다. 최근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후의 상황은 시장에서 ‘기대’의 역할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작년 여름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을 추진하자, 향후 신규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신축을 중심으로 외려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상한제 확대로 직접 피해를 보는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조차 초기에만 가격이 주춤하다가 이내 상승세를 회복하면서 연말에는 상당수가 이전 고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언뜻 보아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지만 주택 보유자의 기대심리를 헤아려보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즉, 어차피 재건축ㆍ재개발은 최소 10년을 내다보는 사업인데 과연 언제까지 정권이 안 바뀌며 상한제도 그대로이겠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권에 따라 세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믿는 주택 보유자들은 현행 보유세 인상 기조와 무관하게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한, 끝까지 보유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할 것이다.

요컨대 집값은 결국 기대의 문제이다. 따라서 집값 안정 역시 기대 관리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통화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듯,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안정시키는 데는 주택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바로 다가오는 총선이 향후 집값 추이를 좌우하는 분수령일 수 있는 이유이다. 아울러 재정준칙 도입 등을 통해 보유세 인상 기대를 확고히 하는 한편,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으로 인해 투기수요 억제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는 임대주택등록제를 재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강우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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