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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메르켈의 입, 박능후의 입

입력
2020.03.1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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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구의 60~70%가 감염될 것이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 지난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코로나19 기자회견은 비관적이었다. 어차피 바이러스는 못 막는다며 국경도 열어놓은 나라다. 메르켈의 메시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대응의 주안점이 보건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전파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며 “우리의 연대와 이성이 시험대에 올려졌다. 이 시험을 통과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독일 언론은 “환상을 만들지 않았다” “사실로 국민을 안심시켰다”고 호평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다 최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강경 모드로 돌변했다. 12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이 전환점이었으나 오히려 불안을 키웠다. 유럽발 입국 금지, 코로나 치료비 지원 등 언급한 내용이 부정확해 혼란을 야기하면서 과연 정부를 믿고 신종 감염병의 위기를 넘을 수 있을 것인지 미국인들의 의구심이 확산됐다. ‘외국의 바이러스’에 책임을 전가하는 낯익은 트럼프의 전술도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상황에선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 메시지 관리는 한국에서도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과 장관들이 반복적으로 보여 준 섣부른 낙관, 자화자찬이 방역 실무진과 의료진의 노고를 허탈하게 만든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선을 한참 넘었다. “의료계에 마스크가 부족하지 않다.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 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는 그의 국회 발언은 코로나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의 사기를 무너뜨리는 이적행위다. 정무감각 부족 수준이 아니다.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공감과 존중이 없어 보인다.

□ 메르켈 총리의 기자회견은 코로나 위기에서 리더가 보인 대국민 소통의 정답이라 할 만하다.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재난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국민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메르켈의 입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감염병의 위험성과 불확실성마저 정직하게 인정해 신뢰의 초석으로 삼았고, 바이러스 막기가 아닌 속도 늦추기라는 전략을 제시했으며, 연대와 이성을 발휘해 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우리 사회의 연대를 시험하는 것은 박능후의 입이다.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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