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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제의 현실외교] 뉴노멀(New Normal) 상상력이 필요한 한국 외교

입력
2020.02.17 14: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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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지정학이 우리외교 제약 현실

변화에 뒤처지지 않는 전략 찾기 필요

뉴노멀시대에 걸맞은 외교 고심해야

분단과 한반도의 지정학이 늘 우리 외교를 제약해왔다. 통일이 우리에게는 절박한 목표지만, 주변국들에게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현상변경이다. 한국일보 그래픽
분단과 한반도의 지정학이 늘 우리 외교를 제약해왔다. 통일이 우리에게는 절박한 목표지만, 주변국들에게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현상변경이다. 한국일보 그래픽

한국은 세계 12위 경제대국이고 7대 군사강국이다. 민주화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아시아 국가의 하나다. 거의 매일 크고 작은 시위가 열리지만, 폭력으로 번지는 일이 없다. BTS는 K-Pop을 세계의 음악으로 만들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우리 영화사를 새로 쓰게 한다.

자랑스러워할 만한 나라다. 그러기에, 북한 개별관광을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미국대사의 발언이나, 후베이(河北)성 입국자 제한에 WHO 권고를 따르라는 신임 중국대사의 발언을 두고 우리 국민이 답답하게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다. 뒤집으면, 우리 외교가 국민과 공감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상상력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두 가지 요인이 늘 우리 외교를 제약해 왔다. 분단과 한반도의 지정학이다. 통일이 우리에게는 절박한 목표지만, 주변국들에게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현상변경이다.

1991년 남과 북은 기본협정에 서명하고 포괄적인 관계개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은 핵사찰을 우선했고, 남북관계의 속도조절도 요구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상황도 비슷하다. 중국은 비핵화보다 한반도 안정을 중시한다. 최소한 한반도 북쪽에라도 우호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고려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올랐지만, 중국의 셈법을 바꾸지 못했다. 이듬해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금은 미ㆍ중관계 기조가 협력에서 경쟁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13분의 1에 불과하던 중국 GDP는 사반세기 만에 3분의 2까지 커졌다. 양국의 이익이 한반도에서 수렴될 가능성은 적다. 교착된 상황이 쉽게 풀릴 것 같지도 않다.

외교현장에서 때로는, 약간의 상상력이 큰 변화를 부르는 것을 본다. 2012년 미국이 ‘아시아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하자, 왕지스(王緝思) 북경대 국제대학장은 ‘서진(西進)’을 제의했다. ‘미국이 동쪽을 막으니, 우리는 서쪽으로 가자’고 했다. 미국의 압박에 대응을 고심하던 시진핑 주석은 무릎을 쳤고, 이듬해 일대일로 구상으로 구체화했다. 미국은 5년이 지나 인도ㆍ태평양전략으로 응수했다.

‘일대일로 vs 인도ㆍ태평양전략’ 구도가 갖추어지면서, 세계 전략지형이 요동을 친다. 변화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3가지 점에 착안해 보았으면 한다.

첫째, 미중경쟁이 격화되는 만큼, 우리 시야도 동북아를 넘어 무대 전체로 넓어져야 한다.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지역정책이라는 한계가 있다. 다자주의적 접근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미중경쟁의 주 무대가 동북아ㆍ동남아 같은 지리적 공간에서 4차산업혁명으로 이동한다. 양국이 군사, 경제, 에너지, 과학기술 분야에서 충돌할 때 우리는 어디에,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셋째, 핵미사일보다 지식정보가 중요해지면서 글로벌지식정보망 접속이 관건이 된다. 어떤 지식과 정보가 어떤 네트워크를 통해 모이고 흩어지는가? 이에 대한 평가에 따라 우리 외교역량 배치도 달라져야 한다.

돌이켜보면, 냉전종식과 독일통일을 본 우리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화두로 붙든 것은 당연했다.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그렇지만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냉전의 잔재를 털어내자’고 반복하는 것이 과연 시의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지금이 ‘뉴노멀’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분단 후 70년, 우리는 그런대로 괜찮은 나라를 만들었다. 섬 아닌 섬에서 살아왔지만, 그 때문에 생존과 발전에 장애가 있다고는 느끼지 않았다. 육로가 없어도 항공ㆍ해상물류 허브로서 지리적 이점을 살리고 있다. 그래도 굳이 대륙통로가 필요하다면, 평택과 산둥반도를 잇는 370㎞ 해저터널도 구상할 수 있다. 경제성이 문제일 뿐, 얼마든지 해 볼 수 있는 사업이다.

약간의 상상력을 더하여, 우리 국민이 외교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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