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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로운 자본주의의 길 ‘이익공유제’

입력
2020.02.10 04: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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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이 사람(노동)을 비용으로만 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자본만으로 기업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없으면 수익은 나오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늘날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이 사람(노동)을 비용으로만 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자본만으로 기업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없으면 수익은 나오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창업 50년(1969년 설립)을 넘어선 에너지 물류업체 ㈜KSS해운은 확고한 전문경영인 기업인 동시에, 지난 6년간 우리 사회에서 생소한 ‘이익공유제(임직원 배당제도)’라는 초유의 실험을 성공리에 해냈다. 이익공유제는 ‘함께 사는 사회’ ‘건강하고 행복한 자본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한 것으로, 창업주 입장에서 왜 임직원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길을 실험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오늘날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이 사람(노동)을 비용으로만 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자본만으로 기업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없으면 수익은 나오지 않는다. 젊은 사람(노동)이 취직을 했다는 것은 그 기업에 자기 몸의 감가상각으로 투자한 것이며, 주주와 같은 대우를 받아 마땅한 것이다.

둘째, 흔히 ‘노동의 보상으로 임금을 주지 않느냐’고 하지만 임금은 노동 재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일 뿐이다. 반면 임직원에 대한 배당금은 매년 결산 후 순이익에 기초해 주는 이익잉여금이다. 즉 임직원 배당은 사장이 주는 ‘시혜적 임금’이 아니라 주주들이 주는 ‘감사의 보상금’인 셈이다. 국내 기업에서는 항상 자본이 위에 있고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은 그 아래에 있어왔지만, 임직원들이 배당을 받으면 주주처럼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어 자연스레 자율경영 체제가 자리 잡게 된다.

셋째, 한국 사회의 오랜 골칫거리인 부패를 없애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3월에 이익 배당을 하려면 이익금이 정확히 계산돼야 한다. 임직원 배당제도를 실시하면 임직원들이 회계 투명성에 대한 감시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부패 없는 사회를 이루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넷째, 주주자본주의는 자본시장을 ‘투자’ 활성화보다 자본이 자본을 낳는 ‘투기장’으로 변질시킨 게 현실이다.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써왔는데 늘어난 돈을 대부분을 소수자가 차지해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다. 양극화를 완화하려면 돈이 일부나마 근로대중에게 흘러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이익공유제는 한국 사회의 빈부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다섯째, 칼 마르크스는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먹고살 만큼만 임금을 주고, 노동자가 일한 만큼은 주지 않는다. 그 차액을 자본가가 전부 착취한다”고 했다.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가의 착취분 일부를 노동자들에게 분배한다면 계급투쟁의 근거가 사라질 것이다. 이익 배분으로 과격한 이념적 노동운동이 궤도를 수정한다면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앞당겨지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창의성이나 성취감이 없다면 기계나 마찬가지이다. 인격의 평등, 정의의 실현, 자유로운 분위기가 보장돼야 개인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정직하지 못한 사회는 부패가 만연하고 법에 의한 규율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자유 없는 정직’은 독재의 노예가 되며, ‘정직 없는 자유’는 부패할 뿐이다. ‘자유’와 ‘정직’이 동시에 확보돼야 사회가 발전하고 번영을 이룰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바로 이익공유제의 반석이다. 이제 이익공유제로 새로운 자본주의의 문을 열자.

박종규 ㈜KSS해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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