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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의 중심잡기] 신종 바이러스와 사회 면역체계 강화

입력
2020.02.04 18:00
수정
2020.02.04 18: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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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ㆍ사회가 면역시스템 만들어

개인이 느끼는 공포감 줄여줘야

헌신한 사람들 보상체제도 필요

공포를 느끼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개인과 사회의 공포로 인한 과도한 방어기제 작동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온다. 향후 우리 국가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신종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개인과 집단이 느끼는 공포감을 줄여주고, 개인들이 과도한 반응을 자제하며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위한 본능을 작동하도록 하는 사회 면역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강화시켜가는 것이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젊은이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는 모습. 홍인기 기자
공포를 느끼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개인과 사회의 공포로 인한 과도한 방어기제 작동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온다. 향후 우리 국가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신종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개인과 집단이 느끼는 공포감을 줄여주고, 개인들이 과도한 반응을 자제하며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위한 본능을 작동하도록 하는 사회 면역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강화시켜가는 것이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젊은이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는 모습. 홍인기 기자

사스(SARS), 메르스(MERS), 조류인플루엔자(AI), 그리고 진행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신체 감염보다는 인터넷과 뉴스를 통한 정신 감염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 신종 바이러스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극복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책은 바이러스 예방책 실천과 함께 평소에 몸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더불어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면역체제도 함께 강화하는 것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우리 정부와 구성원들의 대응 모습을 카뮈의 장편소설 ‘페스트’ 등장인물에 빗대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첫 번째 인간 유형은 극히 이기적인 부류다. 당시 메르스 환자를 거부한 병원과 의료진, 이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며 자신과 가족의 안위만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번에는 국가 차원의 대응 시스템이 작동하여 환자를 거부한 병원이나 의료진은 없었다. 그러나 승무원과 의료진 가족까지를 두려워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온 사람들 모두를 거부하며 혐오하는 모습은 아직도 남아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동양인 모두를 바이러스 취급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포를 느끼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개인과 사회의 공포로 인한 과도한 방어기제 작동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온다. 향후 우리 국가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신종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개인과 집단이 느끼는 공포감을 줄여주고, 개인들이 과도한 반응을 자제하며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위한 본능을 작동하도록 하는 사회 면역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강화시켜가는 것이다. AIDS가 세상에 처음 알려지면서 세상이 공포에 떨 무렵, 영국의 어느 의사가 에이즈 환자와 입맞춤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안심을 유도한 적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을 알리려는 전문가들의 이러한 노력도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사회 면역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카뮈의 ‘페스트’ 등장인물 두 번째 유형은 서로 손잡고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이들을 돕는 시민들이다. 이러한 극복 과정에 헌신한 사람들, 혹은 희생된 사람들과 가족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사회 차원의 면역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 때 헌신하며 희생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태가 끝난 뒤 모두의 관심과 기억에서 사라졌다. 국가와 사회가 이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돌보는 시스템을 갖추면 다음 사태가 발생할 경우 바이러스에 대항하며 싸우는 개인과 조직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페스트’ 등장인물 세 번째 유형은 페스트는 신이 내린 재앙으로 올바른 사람과 사악한 사람을 선별하는 체라고 설교한 파늘루 신부와 같은 사람이다. 전광훈 목사처럼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서” 등등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지만 메르스 사태 때보다는 크게 줄었다. 이는 사회적 차원의 면역력이 더 강화된 결과일 것이다.

네 번째 유형은 페스트로 이익을 본 탓에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메르스 사태 때에는 손 세정제 등 관련 업체, 메르스 핑계로 쉬게 되어 내심 반기는 사람들, 사태 극복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헐뜯으며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스크나 손 세정제 생산자와 유통업자의 폭리 시도는 있지만 신고시스템 정비 등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그리고 이 사태를 이용하려는 집단 간의 이전투구도 줄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전염병 공포를 과장ㆍ확산하거나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과 개인이 늘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사회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길이다.

이 사태 또한 지나갈 것이다. 이번 사태 이후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들의 대응 모습을 복기해보며 신종 바이러스에 대항할 사회 차원의 면역 시스템을 정비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평소에 노력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ㆍ한국교육행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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