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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끝내 길들이지 못했던 도시, 서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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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끝내 길들이지 못했던 도시, 서울의 이야기

입력
2020.01.24 11: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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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건립 당시의 조선신궁 전경. 지금의 남산케이블카 정상 부근 봉우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925년 건립 당시의 조선신궁 전경. 지금의 남산케이블카 정상 부근 봉우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한국을 연구하는 미국인 소장학자 토드 A. 헨리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역사학과 부교수가 일제 식민지 시대 서울을 읽어낸 책이다. 2014년 초 미국에서 출간 당시 식민지 근대 문제를 독창적 시각에서 다뤄 화제가 됐다. 저자는 조선인을 일본 제국의 신민으로 만드는 ‘동화(同化)’ 과정을 서울이란 렌즈로 들여다본다. 일본은 조선의 500년 수도였던 한양을, 식민지 수도 경성으로 바꾸는 걸 동화 정책의 완성으로 여겼다.

1915년 일제는 근대 산업화의 발전을 홍보하기 위해 경복궁 정문 앞에서 ‘조선물산공진회’ 박람회를 개최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15년 일제는 근대 산업화의 발전을 홍보하기 위해 경복궁 정문 앞에서 ‘조선물산공진회’ 박람회를 개최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제가 1925년 남산에 건립한 조선신궁은 ‘정신적 동화’를 강요하기 위해 설계됐다. 그러나 식민지 조선인들은 경건한 참배 시설이 아닌 관광명소처럼 대했다. 조선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경복궁 앞에서 대대적으로 개최한 박람회는 근대화된 일본의 산업 발전을 자랑하기 위한 ‘물질적 동화’ 과정의 일환이었다. 식민 지배가 경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홍보하는 게 일본의 속셈이었다. 하지만 조선인들은 전시된 물품에는 관심이 없었고, 여흥만 즐기기 바빴다.

저자는 이 같은 사례를 근거로 일제의 경성 동화 계획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말한다. 일제는 서울에 물질과 정신을 동시에 이식하려 했지만, 조선인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거부하고 저항했다.

서울, 권력 도시

토드 A. 헨리 지음ㆍ김백영, 정준영, 이향아, 이연경 옮김

산처럼 발행ㆍ484쪽ㆍ2만 8,000원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현대의 대한민국 정부 역시 자신들의 통치 이념을 서울이란 공간에 새기려 하지 않았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총독부 건물을 허물고 진행 중인 경복궁 복원을 비롯해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동상과 건축물을 세우는 데 급급한 것은 시민들에게 반일적 주체가 되도록 강요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식민지 조선에 대한 편향되지 않은 시각, 당대 민초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자료가 돋보인다. 서울을 다룬 해외 학술 연구서 중 단연 압권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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