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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 처벌 근거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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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 처벌 근거 마련해야”

입력
2020.01.22 0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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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파더스’ 명예훼손 무죄 이끈 양소영 변호사

 

배드 파더스 사이트에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피소된 구본창씨의 재판에서 무죄를 이끌어 낸 법부법인 숭인의 양소영 변호사. 지난 20일 사무실에서 만난 양 변호사는 양육비 미지급은 아이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개설, 운영하고 있는 양육비이행지원센터 안내 표지판을 만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임명수 기자
배드 파더스 사이트에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피소된 구본창씨의 재판에서 무죄를 이끌어 낸 법부법인 숭인의 양소영 변호사. 지난 20일 사무실에서 만난 양 변호사는 양육비 미지급은 아이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개설, 운영하고 있는 양육비이행지원센터 안내 표지판을 만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임명수 기자

“양육비 미지급은 개인 간 금전거래가 아닙니다. 아이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자 아동학대란 점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 의미가 큽니다.”

지난 20일 서울 법무법인 숭인 사무실에서 만난 양소영 변호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 명단을 ‘배드 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사이트에 공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구본창(57)씨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낸 인물이다. 양 변호사를 비롯해 사단법인 오픈넷, 사단법인 두루 등 12명으로 구성한 변호인단이 참여해 이뤄낸 결과였다.

그는 승소 배경에 대해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이 어떤 공익이 있느냐, 형사처벌 했을 때 보호되는 이익이 공익과 정의에 부합해야 하는데 검찰의 기소는 그렇지 못하다”며 “이것이 과연 우리사회가 얘기하는 공익이며, 정의냐고 최후변론을 폈는데 배심원들도 많이 공감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재판에 나서게 된 이유는 가사 전문 변호사이기도 하지만 평소 ‘양육비=아이의 생존권’이란 소신 때문이다. 양육비 미지급은 아이에 대한 정서적, 경제적 학대라는 생각에 변호를 자처했다고 한다.

배드 파더스 사이트에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피소된 구본창씨의 재판에서 무죄를 이끌어 낸 법부법인 숭인의 양소영 변호사. 지난 20일 사무실에서 만난 양 변호사는 양육비 미지급은 아이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배드 파더스 사이트에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피소된 구본창씨의 재판에서 무죄를 이끌어 낸 법부법인 숭인의 양소영 변호사. 지난 20일 사무실에서 만난 양 변호사는 양육비 미지급은 아이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그는 “우리나라에서 협의이혼 할 경우 재판부가 ‘양육비 부담 조서’를 작성해 주지만 실제 양육비를 부담하는 부모는 20%에 불과하다”며 “조서의 효력도 3년에 불과해 악용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고소득은 소득을 줄이고, 가족이나 타인명의로 돌리는 경우가 많고, 저소득은 취업을 못했다, 임금이 적다(185만원 이하인 경우 압류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 등 양육비 미지급 사유를 보면 구차하기 짝이 없을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양육비를 안 주는 부모 대부분은 아이 면접교섭권을 한 번도 행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아이에 대한 정서적, 경제적 학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2018년 말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부모들을 위한 ‘양육비이행지원센터’를 개설했다. 지난해에는 이혼을 앞두거나 한 부모 가정의 아이를 돕는 ‘칸나기금’을 신설, 운영하는 등 열성적으로 양육비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개인정보를 쉽게 공개했다는 일각의 부정적 여론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흉악범도 신중하게 공개한다는 반론에 대해 “공개한 내용은 개인을 비방하거나 모욕적인 내용이 전혀 없고 이해관계자도, 이익을 취한 것도 없다”며 “아이의 생존권이 위협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 사유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해선 “대법원은 작년 11월 ‘소득이 줄었으면 양육비도 감액할 수 있다’는 1·2심 판결을 뒤집고 되돌려 보냈다”며 “그럼에도 우리가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한 것은 이 사건을 더 많이 알리자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심원 대부분은 ‘이유없는’ ‘과도한’ 신상공개에 부정적 의견을 냈던 분들이었지만 이번 재판에서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선진국은 양육비 미지급하면 형사처벌되는 데 우리나라도 국가차원에서 처벌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 아동학대 형사처벌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동인권감수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돼야 하고 검찰도 이젠 사회문제로 인식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0일 1심 무죄 판결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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