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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올해부터 달라지는 해양환경사고 대응

입력
2020.01.21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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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소유자는 올해부터 다음 세 가지 방법 중 선택해야 한다. 값은 비싸지만 선박 설비에 큰 변화가 없는 저유황유를 사용하든지, 고가이며 설치 공간이 필요하되 현재 사용하는 고유황유를 계속 사용가능한 탈황장치를 탑재하든지 아니면 LNGㆍ전기ㆍ수소 등 환경 친화적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건조하든지 해야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선박 소유자는 올해부터 다음 세 가지 방법 중 선택해야 한다. 값은 비싸지만 선박 설비에 큰 변화가 없는 저유황유를 사용하든지, 고가이며 설치 공간이 필요하되 현재 사용하는 고유황유를 계속 사용가능한 탈황장치를 탑재하든지 아니면 LNGㆍ전기ㆍ수소 등 환경 친화적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건조하든지 해야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구에서 바다는 큰 그릇에 담긴 물과 같다. 사람들은 물위나 얕은 수심에서 문명을 일구어 왔다. 부의 축적에 따라 폭발적 인구 증가를 가져온 산업혁명도 영국 해상무역의 발달에 기인하였다. 항해 중 선박의 안전을 위해 해상무역 강국인 영국을 중심으로 여러 해양법이 제정되었다. 현재도 바다에 관한 국제협약의 산파 역할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국제해사기구(IMO)가 맡고 있다. 전통적으로 IMO에서 태어난 국제협약은 바다에서 일어난 조난 사고로부터 사람을 구조하고 선박과 화물을 구난하며 해양 오염에 대응하는 내용이었다.

최근 IMO 규제의 패러다임은 ‘물’에서 ‘공기’로 대폭 확대되고 있다. 선박으로부터의 대기 오염을 저감하기 위하여 올해부터 선박 연료유 황 함유량이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낮아진다. 선박 크기에 관계 없이 연료유를 사용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규제가 이렇듯 급격하게 진행된 적은 없었다. 이는 전 지구적 위협으로 떠오른 기후 변화,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 연료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자는 국제사회의 시그널이기도 하다.

선박 소유자는 올해부터 다음 세 가지 방법 중 선택해야 한다. 값은 비싸지만 선박 설비에 큰 변화가 없는 저유황유를 사용하든지, 고가이며 설치 공간이 필요하되 현재 사용하는 고유황유를 계속 사용가능한 탈황장치를 탑재하든지 아니면 LNGㆍ전기ㆍ수소 등 환경 친화적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건조하든지 해야 한다. 학자들은 선박 연료유 수급 전망으로 올해를 기준으로 저유황유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다가 점차 LNG가 그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유황유는 탈황 과정에서 물리적 특성도 달라지는데, 점도는 낮아지고 유동점은 높아진다. 낮아진 점도로 인해 유체역학적 윤활성이 떨어져 연료펌프나 엔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높은 유동점으로 인해 파이프가 막혀버릴 수도 있다. 이 현상은 실제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지난해 12월 17일 여수에서 선박 기름 이송 중 황 함유량 0.47%의 저유황유가 파이프에 고착되어 동맥경화와 같은 현상을 발생시켰고 높은 이송 압력으로 배관 장치가 파손되어 기름이 해상으로 유출되었다.

지금까지는 해상에 기름이 유출되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흡착재로 제거하거나 기계적 회수를 하였다. 유동점이 높은 저유황유는 신속히 굳는 성질을 보인다. 저유황유의 즉시 굳는 성질로 인해 더 이상 전통적인 기름 방제 방법은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 흡착재에 흡착이 잘 되지 않거나 고착이 되므로 유회수기 사용도 어렵다. 그러나 확산이 느리고 뭉치는 성질이 있으므로 뜰채나 그물망으로 떠내기가 용이한 점도 있다.

국제 항해 선박은 올해부터, 국내 항해 선박은 내년부터 저유황유 연료유 사용이 적용되므로 선사들은 기름의 이러한 물리적 특성을 잘 파악하여 기름 이송 중 부주의 등으로 인한 해양환경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길 당부드린다.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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