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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한국인] 데이터 생산 세계 5위 강국이지만… 4차 산업혁명 기대보다 유출 걱정

입력
2020.01.17 18: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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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연예인의 클라우드 계정에 보관된 메시지가 유출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이는 메시지 내용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개인금고라 할 수 있는 클라우드에 보관된 데이터가 얼마든지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클라우드에 개인 정보를 저장할 수밖에 없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불안하다. 이미 3분의 1이 넘는 국민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고 있고,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개인 데이터 중 저장되는 데이터의 양과 범위가 점점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향후 벌어질 심각한 사회문제에 대한 사전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인, 디지털 생산량 글로벌 5강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조사기관 IDC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연간 디지털 데이터가 2025년에는 163조기가바이트(GB)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음악파일로 따지면, 281조5,000억곡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지금, 이 순간도 한국인들은 어마어마한 디지털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다. 능동적 정보생산의 대표적 채널 유튜브에는 1분마다 4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이 분당 5만5,000건이다. 와이즈앱의 지난해 8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들 사용 1위 앱은 유튜브로 이용 시간은 총 460억분이다. 2위는 카카오톡으로 220억분, 3위는 네이버로 170억분, 4위는 페이스북으로 45억분이었다. 한국인은 한 달에 895억분, 즉 15억시간을 모바일 앱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개인들이 생산하는 데이터 중에서 산업적 차원에서 가장 활용 가치가 높은 것은 개인정보와 관련된 것이다. 건강보험공단ᆞ건강보험심사평가원 두 기관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는 2019년 5월 기준 6조4,000억건이다. 병원과 제약회사는 맞춤형 의료서비스와 신약 개발 등에 이런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어 한다. 경제생활 관련 개인정보도 활용성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이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물품 및 용역 구매에 사용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거래 건수는 20억8,600만건이었다. 카드 결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개인의 소비 패턴은 물론, 최신 트렌드까지 꿰뚫어 볼 수 있다.

미국 터프츠대 연구팀의 평가 결과 한국은 디지털 생산량 기준 글로벌 5대 강국이다. 터프츠대 평가의 흥미로운 점은 각국의 경제력을 비교할 때 흔히 쓰이는 GDP(Gross Domestic Product) 대신 새로운 GDP(Gross Data Product)를 사용한다. 새로운 GDP는 데이터 생산량, 인터넷 이용자 수, 데이터 접근 용이성, 1인당 데이터 소비량 등 네 가지를 평가한다.

1위 2위 3위 4위 5위 6위 7위 8위 9위 10위
미국 영국 중국 스위스 한국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 호주 체코

개인 데이터 활용, 안전한 기반이라면 OK.

개인정보 활용 및 제공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2019년 마이데이터 조사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89.3%가 개인정보 활용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72.2%는 본인이 요청할 경우 기관, 기업, 단체 등이 보유한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데이터의 활용과 제공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특정 기관이나 기업에 제공해 원하는 서비스를 받고자 할 때 해당 기관이나 기업을 신뢰할 수 있는 최우선판단 요소로 ‘보안’(74.4%)을 꼽았으며 그 다음 요소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때 합당한 배상을 할 수 있는 ‘책임감’(50.7%)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제공할 때 제일 망설이는 정보는 금융거래, 계좌정보 같은 금융 데이터로 64.5%가 ‘제공할 수 없다’고 답했으며, 이어서 신용정보(61.8%)와 신장, 몸무게, 가슴둘레, 지문, 홍채 등과 같은 신체정보(58.5%)가 뒤따르고 있다. 반면 제공에 부담을 덜 느끼는 개인 데이터는 학력, 자격증, 훈련 프로그램 등과 같은 교육ㆍ훈련 데이터로 67%가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전력 소비, 수도ㆍ가스 사용량 등과 같은 에너지 정보(66.9%), 흡연, 음주, 선호 스포츠, 여가활동 등과 같은 습관과 취미 정보(66.4%)도 제공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인식제고 필요

지난 1월 9일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됐다. 데이터 3법이란 데이터 산업 육성에 필요한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이다. 개인정보를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안전하게 처리해 상업적 통계 목적일 경우 개인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이를 통해 데이터 경제의 열매인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가 대거 등장할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 5년간 뉴스에 보도된 개인정보 관련 기사를 분석해 보았을 때 이런 양상은 두드러진다.

개인들의 일상 기록 공간인 ‘페이스북’이나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가 개인정보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이었다. 이외에도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을 관리ㆍ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나 행정안전부의 책임과 역할도 지속해서 제기됐고, 소비자들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많이 나타났다. 개인정보 활용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기대보다는 유출과 악용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는 수많은 개인이 생산하는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빅데이터가 없다면 인공지능도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로 불리기도 하고, 신자본(New Capital)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가 데이터 산업에서 진행되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승자가 되려면 능동적인 데이터 생산자들과 창의적인 데이터 소비자들이 건전한 데이터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더불어 데이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개인정보 데이터 주권에 대한 철저한 보호장치도 필요하다. 데이터 주권은 개인의 신체나 재산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개인정보 생산 주체의 자기 결정권이 확보되면 스스로 데이터를 보호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데이터 보호와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조주행(삼성SDS 수석컨설턴트, 포스텍 데이터사이언스센터 기획위원)

한국일보-포스텍 데이터사이언스센터 공동기획

※ 뉴스 기사 데이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서비스를 활용해 2015 1월 1일 ~ 2020년 1월 15일까지 기간을 대상으로 추출했음.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률은 각 연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인터넷이용실태조사 결과에서 추출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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