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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우려?... 도쿄올림픽 선수단, 日 대신 한국으로 전훈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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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우려?... 도쿄올림픽 선수단, 日 대신 한국으로 전훈 행렬

입력
2019.12.26 04:40
수정
2019.12.26 08:5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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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자체들, 해외 국가대표핌 유치 경쟁

싱가포르 사격 국가대표팀이 지난 10월 인천 연수구 옥련국제사격장에서 2020 도쿄올림픽을 대비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제공
싱가포르 사격 국가대표팀이 지난 10월 인천 연수구 옥련국제사격장에서 2020 도쿄올림픽을 대비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제공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미세먼지 피해를 우려한 국가들이 한국을 훈련장소로 택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해외 국가대표팀을 유치할 계획입니다.” (모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2020년 도쿄올림픽 개막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해외 대표팀 베이스캠프나 전지훈련을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남북 분단상황을 활용해 일본이 많은 국가의 대표팀을 유치했던 전례를 되갚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당장 도쿄올림픽 성화 출발지인 후쿠시마(福島)현 J빌리지부터 고농도 방사선량이 측정돼 ‘안전한’ 한국을 주목하는 참가국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외교문제를 이유로 방사선 안전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한 채 개최지와 가깝고 시차가 없다는 지리적 이점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25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남 양산시는 지난달 대규모 해외 국가대표팀 전지훈련 유치에 성공했다. 도쿄올림픽 레슬링 종목 출전 쿼터를 따낸 국가(2016 리우올림픽 기준 67개국)의 대표팀이 내년 7월 양산실내체육관에서 훈련을 할 예정이다. 선수단 규모가 1,000명 이상이어서 파급효과에 기대가 크다.

벨라루스와 헝가리,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수영 대표팀은 내년 4월 경북 김천시를 전지훈련지로 결정했다. 김천시는 배드민턴 등 베트남의 6개 종목 대표팀과도 전지훈련 진행 여부를 협의 중이다.

폴란드 여자카누 대표팀은 내년 7월 경북 안동시 안동카누조정훈련센터에서 2주간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다수의 해외 대표팀과 캠프 설치를 타진하고 있다. 스위스 트라이애슬론 대표팀은 내년 7월 서귀포시에 캠프를 설치할 예정으로 협의 중이다. 유럽 한 국가 수영대표팀은 부산을 훈련지로 점 찍고 선수단 숙소로 쓸 부산지역 호텔 4곳에 대한 실사를 조만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반사 효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쓰촨성 대지진(2008년 5월)과 티베트 사태(2008년 3월), 미세먼지 등 환경에 대한 우려로 그 해 5월 말까지 46개국 27개 종목 대표팀이 시차와 날씨가 비슷한 한국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다. 반대로 서울올림픽 당시엔 일본이 반사효과를 누렸다. 남북이 대치한 한반도 안보불안을 이유로 일본 측이 쏠쏠한 홍보효과를 활용했고, 실제 많은 국가대표팀이 일본을 거쳐 서울로 들어왔다.

2019-12-25(한국일보)
2019-12-25(한국일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일본의 방사선 문제를 꺼내기는 어렵지만 해외 대표팀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올림픽 출전권이 확정되는 내년 초 집중적으로 유치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산시와 인천시, 경기도 등은 본격적인 유치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부산시는 올해 7월과 12월 각각 열린 세계탁구대회와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에이전시를 통해 참가국의 전지훈련 의사를 타진하는 등 ‘인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천시는 2014 아시안게임 개최지로서 국제대회 규격에 맞는 19개 훈련시설을 보유했다는 점을 무기로 유치활동을 펴고 있다. 태스크포스를 꾸린 경기도는 해외에 직접 인력을 파견해 해외 대표팀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홍진배 인천대 체육학부 교수(스포츠과학연구소장)는 “스포츠 강대국이나 미국 육상ㆍ농구처럼 인기가 있는 팀을 유치하면 언론, 팬들이 함께 오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라며 “스포츠 약소국을 유치할 경우도 스포츠 외교라는 측면에서 유무형의 가치가 있어 지자체들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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