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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통공예문화는 후손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

입력
2019.12.17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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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부서인 문체부에는 ‘공예과’는커녕 ‘공예계’조차 없으면서 겉으로만 문화산업을 외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원형보존’만 고수하며 전통공예의 활성화에는 족쇄를 채우고 있습니다. 사진은 나전칠기장인 송방웅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주무부서인 문체부에는 ‘공예과’는커녕 ‘공예계’조차 없으면서 겉으로만 문화산업을 외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원형보존’만 고수하며 전통공예의 활성화에는 족쇄를 채우고 있습니다. 사진은 나전칠기장인 송방웅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얼마 전 서울시무형문화재 은장 이정훈님이 타계하시더니 지난달에는 화각장 이정천님이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자국의 수공예에 대한 애착이 도를 넘을 정도로 열정적입니다. 선진국일수록 전통수공예의 보호 육성과 보존, 전승, 전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문화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박물관에서 그러한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문화 선진국들의 공예문화 사랑에 비해 경제대국이라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수공예품들을 마치 사치품이나 특정인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근간 수공예 분야의 솜씨 좋은 장인들은 고령화하면서 이직을 하거나, 일손을 놓고 실의에 빠져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수공예품을 만들어 봐야 이렇다 할 판매장소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시회나 인사동, 전국의 관광지 등에 내놔 보아야 팔리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소위 잘나가는 계층의 하룻밤 술값이 수백만 원에, 핸드백이 수천만 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고, 고급 호텔의 빙수 1인분에 5만원이 넘는데도 매듭이나 나전칠기 한 점이 2,3만원만 돼도 비싸다며 다들 고개를 내젓습니다.

주무부서인 문체부에는 ‘공예과’는커녕 ‘공예계’조차 없으면서 겉으로만 문화산업을 외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원형보존’만 고수하며 전통공예의 활성화에는 족쇄를 채우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화재청에서 전승 취약종목 보유자ㆍ전수조교에게 맞춤형 지원을 한다고 공고를 했는데 업계 입장에서 보면 지원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니 악기장 중 편경, 편종, 옻칠정제, 옥공예 등이 제외된 것은 관련 부서의 직원들도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지 않은지 의구심마저 듭니다.

시대가 급변해 소요되는 재료를 비롯해 공구, 기법 등 모든 것이 나날이 새로워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 만들어진 공예품들은 먼 훗날 대한민국의 소중한 유물이나 보물이 될 터인데 왜 굳이 고려, 조선시대 것만 만들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고서복원, 다회, 연날리기, 청동조각 등은 아예 종목도 없습니다.

특히 현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 하고 있는 듯합니다. 대통령은 물론 참모들까지도 이 분야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언론도 전통문화는 외면한 채 현대 분야에만 눈길을 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무역 분쟁과 관련해 임진왜란 때 도공들이 일본에 끌려간 것을 매우 아쉬워하는 발언을 했는데, 현실은 천공의 솜씨를 가진 장인들이 제 발로 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숙련된 장인들만이 가지고 있는 천공의 솜씨란 돈이 많이 있다 해도 하루아침에 뚝딱 숙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살면서 사들이고 갖춰놓는 온갖 기물들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반면, 전통공예품은 잘만 구입해서 곁에 두고 있으면 그 값이 오르고 가치가 높아지는 법입니다. 이러한 일석이조의 유산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부 당국은 물론이려니와 우리 모두 후손들을 위해 민족공예 수공예문화를 제대로 보존ㆍ육성하는 데 일조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이칠용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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