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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로 쾅! … ‘오페라의 유령’ 샹들리에 추락 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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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로 쾅! … ‘오페라의 유령’ 샹들리에 추락 더 빨라졌다

입력
2019.12.15 16:25
수정
2019.12.15 17:4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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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부산 문현동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에서 선보인 '오페라의 유령' 무대의 샹들리에. 에스앤코 제공
13일 부산 문현동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에서 선보인 '오페라의 유령' 무대의 샹들리에. 에스앤코 제공

“쿠구궁 쾅!”

1881년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 오페라 ‘일 무토’를 공연하던 배우들 눈 앞에서 굉음을 내며 육중한 샹들리에가 떨어진다. 여주인공 크리스틴이 다른 존재를 사랑한단 사실을 확인한 ‘유령’의 분노다. 혼비백산한 배우들이 모두 떠난 무대, 샹들리에는 흉측하게 뒤틀린 채 남겨진다. 사랑을 잃은, 외로운 ‘유령’의 모습을 상징한다.

샹들리에 추락 장면은 1986년 초연된 후 세계 곳곳에서 1억4,000만 관객(한국 관객 100만여명)을 매혹시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가장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극의 진행을 상징적으로 압축해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그렇거니와, 화려한 샹들리에가 박살 나는 그 자체가 스펙터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2001년부터 ‘오페라의 유령’이 본격적으로 한국 무대에 오르기 시작한 뒤 가장 아쉬운 장면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본토 영국 무대와 달리, 극장 구조와 기술상의 한계 때문에 샹들리에 추락 장면의 박진감이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무대 안 배우는 물론, 무대 밖 관객들까지 경악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지난 13일부터 내년 2월까지 부산 문현동 드림씨어터에서 두 달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오페라의 유령’ 무대가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샹들리에 장면의 혁신’이다. 7년만에 한국 무대를 찾은 ‘오페라의 유령’ 제작진이 샹들리에 추락 신에다 새 기술을 적용한 것.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속 크리스틴(왼쪽ㆍ클레어 라이언)과 '유령'(조나단 록스머스)이 넘버를 부르는 모습.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속 크리스틴(왼쪽ㆍ클레어 라이언)과 '유령'(조나단 록스머스)이 넘버를 부르는 모습. 에스앤코 제공

샹들리에는 무대 바로 밖 12.5m 상공(객석 1열 기준)에 매달려있다. 샹들리에 폭은 3m 정도. 흔히 ‘반짝이’라 불리는 크리스탈 비즈 6,000개와 LED 조명으로 장식해 화려하게 만들었다. 무대 천장에서 관객석 쪽으로 뻗은 도르레 2대가 철제 케이블로 샹들리에를 지탱하고, 고정핀이 풀리면서 자동으로 떨어지도록 했다.

라이너 프리드 협력연출, 알리스터 킬비 기술감독은 샹들리에 추락 장면을 실감나게 하기 위해 샹들리에 무게와 부품, 작동 기술 등을 모두 바꿨다.

우선 샹들리에 낙하속도는 1초에 3m다. 예전보다 1.5배 빨라진 속도다. 빨리 떨어지게 하기 위해 샹들리에 무게를 1톤에서 300㎏으로 70%나 감량했다. 감량을 하려니 샹들리에 틀은 알루미늄으로, 비즈 같은 장식품은 플라스틱 진공성형법으로 두께를 얇게 제작했다. 그렇다고 추락 뒤 박살 난 샹들리에 모습까지 포기할 순 없다. 3단으로 구성된 샹들리에가 무대 위에 닿는 순간 각 단이 뒤틀어지면서 완전히 망가진 모습을 보이도록 했다.

혹시 모를 안전 사고에 대비하려고 샹들리에는 관객석으로 직접 떨어지는 게 아니라 무대 안쪽으로 휘어져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낙하 속도에 맞춰 배우들이 재빨리 무대 뒤로 물러나도록 했다.

프리드 연출은 “예전에는 공연장 상황에 따라 샹들리에 크기도 달랐고, 낙하 장면 연출을 위해 극장 구조를 바꾸기도 해야 했다”며 “이번 기술을 적용한 덕에 이제는 어느 공연장에서든 비슷한 샹들리에 추락 장면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페라의 유령' 속 화려한 가면무도회 장면. 에스앤코 제공
'오페라의 유령' 속 화려한 가면무도회 장면. 에스앤코 제공

샹들리에 낙하 장면 외에도 볼거리는 곳곳에서 강화됐다. 샹들리에 추락으로 1막이 끝난 뒤 2막 커튼이 오르면 화려한 가면과 의상을 차려 입은 배우들이 가면무도회를 연다. 13일 첫 공연에서 2막이 시작되자 관객석에서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의자에 앉은 ‘유령’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극 마지막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런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오페라의 유령’의 핵심을 “변함 없는 넘버와 스토리”라 했다. 기술이야 얼마든지 바꾸겠지만,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넘버와 원작 스토리 자체는 전혀 손 댈 생각이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프리드 연출은 ‘불고기’를 예로 들었다. “옛 음식이라고 불고기 재료를 막 바꾸면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할까요? ‘오페라의 유령’도 마찬가집니다. 원작의 완결성 그 자체를 유지하고 있기에 사랑해주시는 거겠지요.”

부산 공연이 끝나면 서울(내년 3월), 대구(내년 7월)로 무대를 옮긴다.

부산=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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