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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 & 러시… 스트라이커도 ‘라인 브레이커’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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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 & 러시… 스트라이커도 ‘라인 브레이커’ 시대

입력
2019.12.13 15:30
수정
2019.12.14 15:5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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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바디가 8일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린 EPL 아스톤 빌라전에서 팀의 4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버밍엄=로이터 연합뉴스
제이미 바디가 8일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린 EPL 아스톤 빌라전에서 팀의 4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버밍엄=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축구는 요즘 ‘라인 브레이커’ 전성시대다.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을 단번에 무너뜨리고, 탁월한 결정력으로 골망을 흔드는 침투형 스트라이커 얘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제이미 바디(32ㆍ레스터시티)와 이탈리아 세리에A 치로 임모빌레(29ㆍ라치오)가 주인공이다.

바디와 임모빌레는 각 리그를 대표하는 정통 ‘9번’ 공격수다. 하지만 스트라이커의 정석인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31ㆍ바이에른 뮌헨)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이 두 선수는 박스 안에서도 위협적지만, 역습 상황에서 더욱더 치명적이다. 상대 수비 라인과 동일선에 서 있다가도 공이 후방에서 넘어오면 특유의 스피드로 치고 나가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을 만든다.

EPL에서 가장 빠른 발을 자랑하는 바디의 순간 최고속도는 시속 35.44km다. 육상 단거리의 전설 우사인 볼트(33ㆍ자메이카)가 남자 100m에서 시속 38km로 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속도다. 속도가 생명인 윙어 포지션에서 세계 최고로 꼽히는 아르옌 로벤(35ㆍ은퇴)은 전성기에 37km/h를 찍었고, 한국이 자랑하는 윙포워드 손흥민(27ㆍ토트넘)은 34.3km/h 정도다.

바디와 임모빌레는 자신의 스피드를 십분 활용, 세계 정상급 공격수가 즐비한 EPL과 세리에A에서 각각 득점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바디는 16경기에서 16골을, 임모빌레는 15경기에서 17골을 넣었다. 2위와의 격차도 크다. 바디는 2위와 5골 차, 임모빌레는 무려 7골 차다. 일각에서는 벌써 바디와 임모빌레 중 누가 유럽 골든슈(유럽축구 1부리그 최다득점자)를 차지할지 설왕설래다.

치로 임모빌레가 2일 이탈리아 로마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리에A 우디네세와의 경기에서 팀의 첫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치로 임모빌레가 2일 이탈리아 로마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리에A 우디네세와의 경기에서 팀의 첫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소속팀도 두 선수와 함께 고공행진이다. 레스터는 경쟁이 치열한 EPL에서 ‘무적의 포스’를 뽐내는 리버풀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 조제 무리뉴의 토트넘도 순위표에선 레스터 아래다. 라치오도 인터밀란, 유벤투스에 이어 3위다. 라치오는 2015~16 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린다. 두 팀의 경기 스타일도 라인 브레이커의 장점을 살리는 데 특화돼 있다. 레스터는 이번 시즌 리그 최저 실점 1위(10골), 라치오는 2위(15골)의 짠물 수비를 자랑한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르고 예리한 역습 축구를 추구하는 것이다.

바디와 임모빌레의 놀라운 점은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디는 2015~16시즌 24골을 기록하며 레스터의 EPL 우승 동화를 썼는데, 4년 만에 ‘효율성’까지 장착하며 더 무서워졌다. 특히 바디는 올 시즌 전체 슈팅의 39%(41회 중 16회)를 골로 연결했는데, 이는 유럽의 전 리그, 전 선수 통틀어 가장 높은 슈팅 대비 득점성공률이다. 10번의 슈팅 중 4번은 무조건 골이라는 뜻이다. 볼 터치 횟수도 줄면서 간결한 플레이로 변모했다. 2015~16시즌 90분당 35.1회였던 터치 숫자는 이번 시즌 21.9회로 많이 줄었다. 특히 전체 터치 중 27%가 상대 페널티박스 안이었고, 11.7%가 슈팅이었다. 잉글랜드식 축구 ‘킥&러시’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다.

임모빌레는 2013~14시즌(22골ㆍ토리노)과 2017~18시즌(29골ㆍ라치오) 2번이나 득점왕에 올랐지만, 골 외에 나머지 부분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세리에A에서만 왕 노릇을 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에서 능수능란한 모습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리그 어시스트 공동 3위(5도움)다. 그간 페널티 킥을 전담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벌써 4번이나 동료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그러면서도 팀의 시즌 전체 득점(36골)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골에 관여(17골5도움)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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