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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누군가 공을 던진다고 해서 그것을 꼭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입력
2019.12.16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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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상처를 준 사람과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픈 만큼 똑같이 아프게 하는 복수는 없다. 복수는 쾌감을 줄 수 있지만, 고통을 줄여주진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복수는 상처를 준 사람과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픈 만큼 똑같이 아프게 하는 복수는 없다. 복수는 쾌감을 줄 수 있지만, 고통을 줄여주진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영화를 보기 전에 남자는 항상 자동판매기에서 탄산수를 산다. 지폐를 넣었는데, 기계 고장인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화가 난 남자는 생각한다. “이 자판기를 두들겨 패겠어. 내일 당장 고소를 해야지. 집에 가서 쇠도끼를 가지고 올까.” 그리고는 욕설과 함께 자판기를 힘껏 걷어찬다. 여전히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옆에 있는 여자가 말한다. “내가 해결해 볼게.” 여자는 오히려 핸드백에서 새 지폐를 꺼내 조심스럽게 자동판매기에 다시 넣는다. 그리고 그녀들은 남자들보다 7년을 오래 산다.

화가 나거나 누군가로부터 공격받으면 멋있게 복수하고 싶은 충동이 먼저 들 것이다. 하지만 잠시만 끓어오르는 분노를 내려놓아 보자. 당한 만큼 갚아주려는 복수심은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분노의 감정만 더욱 키울 뿐이다. 마지막에 승리하여 칭송과 존경을 받는 사람은 공격성을 띠고 다른 사람을 몰아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과 인정을 베푸는 사람이다. 너그럽고 관대한 사람이 되라. 모든 사람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한다면 세상 사람 모두가 장님이 되고 말 것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언쟁이나 오해, 고통스런 사건으로 생긴 작은 분노에 강하게 매달리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먼저 손을 내밀어 오기를 고집스레 기다린다. 그것만이 상대방을 용서하고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미움과 분노가 있으면 삶은 고통스럽게 된다. 누군가 미워질 때는 잠이 오지 않고 길을 걸을 수도 없다. 분노는 한번 떠오르면 쉽게 가라않지 않는다. 미움은 그 대상보다는 자신을 먼저 병들게 한다. 분노는 벌레처럼 스스로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복수는 달콤하다’는 바이런의 말처럼 복수심은 “언제가 되든 네가 받은 만큼 고스란히 갚아주라”고 우리의 등을 떠민다. 하지만 복수는 상처를 준 사람과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픈 만큼 똑같이 아프게 하는 복수는 없다. 복수는 쾌감을 줄 수 있지만, 고통을 줄여주진 않는다.

다른 사람과 불화가 있을 때 그 사람이 옳도록 해주자. 이는 당신이 그릇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옳도록 만드는 데 따르는 기쁨만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의 평화까지 경험하게 될 것이다. 먼저 손을 내밀어 상대방이 옳도록 해 주면 그들도 당신에게 덜 방어적으로, 더 애정을 가지고 대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다. 심지어 당신에게 마음을 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상대방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그것으로 좋다. 당신은 보다 사랑스런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몫을 다 수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내면의 만족감을 얻게 된다. 중요한 것은 당신 자신이 보다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존재로 성숙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과의 불화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얻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놓아 버림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이어 나갈 수도 있다.

그 누구도 당신의 허락 없이 당신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마라. 살다 보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처를 받는 사건은 발생한다. 그것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선택을 할 수 있다. 상처를 유발하는 사건을 받아들이고 마음이 상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를 선택할 권리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 어떤 종류의 열등감이나 상처도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결코 내 삶을 침범할 수 없다.

복수를 꿈꾸며 누군가를 증오하는 인생을 살 것인가, 다시 내 삶을 되찾을 것인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는 이 질문에 최대한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당신은 상대방의 비난을 받음으로써 마음에 상처를 얻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놓아 버림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이어 나갈 수도 있다. 누군가 공을 던진다고 해서 그것을 꼭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깊은 강은 돌을 던져도 그 흐름이 변하지 않는다.

윤경 더리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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