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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동물 이슈] “어떻게든 돕고 싶어요…” 너무 늦게 알게 된 구하라의 진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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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동물 이슈] “어떻게든 돕고 싶어요…” 너무 늦게 알게 된 구하라의 진면목

입력
2019.12.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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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호소 봉사에 유기견 수술비 지원까지 해줬던 구하라 

“잘자.”

이 포근하고 따뜻한 말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씨가 우리 곁을 떠나 영원한 별이 됐습니다. 구하라 씨는 떠났지만, 그녀를 오래 기억하려는 추모 물결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고인이 생전 많은 이에게 도움을 줬던 일화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구하라 씨가 '정준영 단톡방' 사건 당시 이를 취재한 기자에게 직접 연락해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었다는 사실이 최근 방송을 알려졌습니다. 강경윤 SBS fun E 기자는 지난 25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이 같은 일화를 공개하며 안타까운 소식에 대해 애도를 전했는데요. 강 기자는 "설리 씨 비보 다음날 구하라 씨에게 연락했었다"라며 "부디 강하게 마음을 먹고 나쁜 선택을 하면 안 된다. 끝까지 열심히 살자고 약속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개인적으로 안타깝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5년 월 한 화장품 브랜드 출시 행사에 참석한 구하라 씨. 연합뉴스
지난 2015년 월 한 화장품 브랜드 출시 행사에 참석한 구하라 씨. 연합뉴스

특히 강 기자는 "'정준영 단톡방' 사건 보도 이후 구하라 씨가 직접 제게 전화를 한 적 있다"라며 "본인도 피해자기 때문에 '기사를 보고 연락드릴 수밖에 없었다.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해 헤쳐나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아무래도 구하라 씨도 여성 연예인이고 본인도 전 남자친구로부터의 불법 촬영 피해자로서 재판을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한테 용기를 가지고 먼저 제 연락처를 수소문해 연락한 것이다"며 "어떤 식으로든 본인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해서 실제로 도움도 많이 줬다"며 고인의 용기와 진정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8년 7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구하라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7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구하라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하라 씨는 과거 통 큰 기부로도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일본 지진 발생 당시 지진 피해 복구 및 피해자를 돕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1억 원을 쾌척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룹 카라나 소속사 명의의 기부가 아니라 구하라 개인이 조용하게 실천한 선행으로 당시 일본인들의 지지를 받았는데요. 이 때문에 고인의 죽음은 일본 내에서도 비중 있는 뉴스로 다뤄지고 있고, 추모 열기도 매우 뜨겁습니다.

비보가 전해진 지난 24일 야후 재팬 홈페이지 메인에는 어김없이 관련 기사가 노출되고 있었고, 해당 기사 댓글은 한 시간도 안 돼 3,000여 건을 넘길 정도로 반향이 컸습니다. 이밖에 산케이,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도쿄신문, NHK(온라인판) 등도 한국 매체를 인용해 속보를 전달했습니다.

트위터 사용자 '@G13****'는 "구하라 응원하고 있었는데, 실수라고 말해줘"라는 글을 올렸고, '@chi****'는 "설리 몫까지 열심히 살 거라고 했었는데.."라는 글로 애도를 표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일본의 지진 재해 때 모국의 비난을 무릅쓰고 기부해준 것을 잊지 않는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25일 공개한 구하라의 봉사활동 사진. 카라 트위터
동물권행동 카라가 25일 공개한 구하라의 봉사활동 사진. 카라 트위터

이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구하라 씨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동물에게도 아낌없는 온기를 나눠줬다고 하는데요. 동물권 운동단체 '카라'는 고인의 유기견 봉사활동 사진과 일화를 공개했습니다. 아래는 이 단체가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태양이와 희망이, 보람이는 아주 어린 시절 보호소 앞에 캐리어에 담긴 채 버려져 있었습니다. 삼 남매는 보호소의 작은 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 하염없이 사람을 기다리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사람이 오면 폴짝폴짝 뛰어오르고, 꼬리를 흔들고, 품에 안겨서 얼굴을 핥았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구하라 님도 유기견 봉사를 위해 보호소에 방문했다가 삼 남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삼 남매를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구하라 님은 삼 남매의 중성화 수술을 지원해 주셨고, SNS를 통해 입양처를 구한다는 이야기도 올려 주셨습니다. 삼 남매는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각자 입양될 수 있었습니다.

동물들에게 구하라 님은 참 따뜻했던 사람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활동가에게는 구하라 님의 지원과 참여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부디 구하라 님이 이제는 편히 잠들기를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트위터(@ekara_org) 발췌


동물권행동 카라가 25일 공개한 구하라의 봉사활동 사진. 카라 트위터
동물권행동 카라가 25일 공개한 구하라의 봉사활동 사진. 카라 트위터

'카라'가 공개한 일화는 구하라 씨 덕분에 유기견 삼 남매가 중성화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SNS를 통해 가족까지 찾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인의 포근하고도 아름다운 마음씨가 그대로 전해지는 일화였습니다.

구하라 씨는 고양이 두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를 키웠다고 합니다. 그녀의 첫 단독 리얼리티 예능 '하라 온앤오프: 더가쉽'에도 이 같은 모습이 노출된 바 있는데요. 구하라 씨는 지난해 7월 '제6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홍보대사에 선정됐을 당시 "동물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뜻깊은 영화제 홍보대사가 되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여러분들과 동물들에게도 행복을 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왜 우리는 고인의 따뜻한 진면목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요. 케이팝 스타로서 화려한 무대에 선 구하라 씨의 모습 말고도 그녀의 깊고 포근한 내면을 톺아보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넸더라면 어땠을까요. 부디 구하라 씨가 편히 잠들기를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불법 복제견 실험' 이병천 서울대 교수 검찰 송치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복제견 불법실험 의혹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 교수를 비롯해 개 농장 주인 A씨와 사육사 B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26일 밝혔습니다.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 연합뉴스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 연합뉴스

이 교수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 없이 국가 사역 동물을 실험에 쓰고 무자격자인 개 농장 주인 A씨에게 동물 체액을 채취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스마트 탐지견 개발’ 연구 과정에서 동물실험과 학대로 복제견 ‘메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이 교수와 A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해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이 단체는 "메이의 상태를 보면 오랜 시간 영양공급이 일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라며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동물보호의 기본원칙도 준수하지 않은 채 이 교수가 비윤리적 실험을 강행했고,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는 행위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지난 5월 서울대 수의대와 본부 연구윤리팀을 압수수색했는데요. 서울대는 연구팀의 관련 연구를 중단시켰고, 이 교수의 실험동물자원관리원장 직무도 중지시켰습니다. 경찰은 이 교수 연구팀 소속 사육사 B씨에겐 실험 동물에게 영양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직접 학대한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4월 동물 학대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B씨를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지난 4월 시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관계자(오른쪽)와 변호인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실험동물에 대한 학대 의혹으로 직무정지 조치를 받은 서울대 이병천 교수를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 시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관계자(오른쪽)와 변호인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실험동물에 대한 학대 의혹으로 직무정지 조치를 받은 서울대 이병천 교수를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건을 자체 조사한 서울대 조사특별위원회는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사육사가 메이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으나, 다른 동물에게 가혹행위를 한 CCTV 영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 교수의 관리 소홀 책임을 지적했지만, 의도적 학대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경찰 역시 구체적 혐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 교수에게 직접 학대 혐의까지 적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교수 연구팀이 복제로 탄생시킨 메이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검역 사역견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서울대로 이관됐습니다. 올해 2월 폐사한 메이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위고 생식기가 비대해져 학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비글구조네트워크'는 검찰 송치 소식이 전해지자 "이병천 교수에 대한 사법부의 준엄한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생명 경시적이고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검증되지 않은 복제견 사업이 부활하지 못하도록 매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국내 동물실험 제도의 문제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과 관련법 개정이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도 전했습니다.

 3. '경의선 고양이 살해' 피의자 1심 불복해 항소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이 판결에 불복했습니다. 검찰도 항소 의사를 밝히면서 양측은 2심에서 다시 다투게 됐습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5일 동물보호법 위반, 재물손괴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정 모 씨(39)가 이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씨의 항소 소식을 접한 고양이 주인 예 모 씨도 검찰에 항소 의사를 전달하겠다고 밝혀왔으며, 검찰 역시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씨는 7월 13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인근에서 고양이 꼬리를 잡아 바닥에 내리치고, 머리를 여러 차례 발로 밟는 등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경의선 고양이 살해사건' 피해자 예모 씨가 판결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2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경의선 고양이 살해사건' 피해자 예모 씨가 판결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유창훈 판사)은 21일 정 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범행을 사전에 준비하고 범행 이후에는 태연히 행동한 점 등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고양이를 잃은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이 범행으로 사회적 공분을 초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동물 학대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정 씨는 최후 변론에서 "죄송하다. 동물을 죽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후회를 많이 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한 번만 선처해주시면 근신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강지용 동그람이 기자 wisedrago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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