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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청년정신의 첫걸음, ‘나를 위해!’

입력
2019.11.18 04:40
수정
2019.11.18 11: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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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하마터면 열심히 일 할 뻔 했다고요? 저런…. 그런데 열심히 안하면 어떻게 하려고요?” 불공정한 세상, 열심히 일 할 뻔했다는 청년들에게 묻고 싶다. 에둘러 구조적 모순과 강고한 기득권에 점칠 수 없는 내일에 대한 좌절과 자조를 상징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 뒤에 ‘어떻게’ 될까요?에 대한 답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든, 가정이든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해 ‘열심히’ 하느냐 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공부할 뻔했다’는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는 건 그것이 명확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를 위해 일하고 누구를 위해 공부할까? 열심히 하지 않았을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열심히 공부하다가도 놀고 싶을 때는 놀아야 하고, 일하다 피곤하면 쉬기도 해야 한다. ‘하마터면 쉬지 않고 일을, 공부를 할 뻔했어’처럼 휴식과 여유를 미처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이야기에는 오히려 신발끈을 고쳐 매고 다음 도전을 위한 의지와 열정이 묻어난다.

하지만 ‘열심히’ 한 것에 대한 후회는 곧 열정에 대한 배반이다.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까? 후회가 두려워 ‘열심히’ 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후회는 누구 몫이 될까? 자기 자신의 것일까, 조직의 것일까, 이웃의 것일까, 더 나아가 사회의 것이 될까?

이런 현상은 우리 삶의 치열함에서 만들어진 문화일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의 하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한 진중한 고민이 아닌, 자조와 좌절이 하나의 신드롬처럼 퍼져 유행이 되고 일반화되어 누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고 하면 우리 사회가 꾸는 꿈의 색은 어떤 색이 될까? 누구를 위한 꿈인지 자문해 보자. 그리고 이러한 세태와 풍조를 수용은 하되 널리 퍼져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미래세대의 긍정적인 힘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전에는 일만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워크드 앤 라이프 밸런스’가 자연스러워졌다. 우리 시대의 청년인 밀레니얼 Z세대는 ‘외로운 건 싫지만 혼자이고 싶고’ ‘유행보다는 가치적 소비를’ ‘권위의식보다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 이들은 종전과 다른 기준을 원한다. 최근 일련의 정치사회적 현상은 청년세대가 기득권의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던 것들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정의’의 정의와 ‘공정함’의 정의를 다시 요구하며 집단적 분노를 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대답이 필요한 때다.

기회의 평등성이 무너졌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에 대한 밀레니얼 Z세대의 인식은 다르다. 이를 이해하는 것 또한 기성세대의 몫이나, 청년들도 기성세대의 질서를 어떻게 소화하고 혁신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원인을 알아야 비로소 과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 정신이야말로 바로 청년 정신이다. 옛날 것에 대한 새로운 해석, 종전과 다름에 대한 혁신적인 생각을 이야기하고 이것을 평등하다고 한다.

‘좌절 금지’ 누구를 위한 좌절일까? 열심히 일했는데 대가가 없다라는 이야기는 나올 수 있다. 공정한 정의, 공정한 보상이라는 부분에 사회의 지혜를 모은다면 이런 풍토를 끊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공정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 같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그것이 우리 구성원을, 국가를, 나아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더 크고 더 안심하게 만들어주는 길 아닐까. 모두에게 기쁨을 더불어 갖게 하는 것이 아닐까.

누구를 위해 하는가?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열정을 갖고 자신을 연마하여 포기하지 않으며 더 나은 내일과 내 아이를 위한 미래를 만드는 주역은 청년이다. 적극적 의사표현으로 공정한 정의, 공정한 보상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이 시대의 청년 정신은 ‘나’를 위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ᆞ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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