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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론 머스크와 국방기술의 변화

입력
2019.11.13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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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오른쪽)가 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페이스 피칭데이’에서 존 톰슨 장군과 대화하고 있다. ©U.S. Air Force
일론 머스크(오른쪽)가 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페이스 피칭데이’에서 존 톰슨 장군과 대화하고 있다. ©U.S. Air Force

일론 머스크가 또다시 화제의 중심이 됐습니다. 페이팔, 테슬라, 스페이스엑스 등 혁신적 기업들의 연쇄 창업자로 유명한 그가 지난 5일, ‘사이버트럭’이라는 이름의 전기 트럭 출시를 알렸습니다. 테슬라의 차들이 미국 럭셔리 세단 시장을 석권한 점을 감안하면 트럭 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는 이날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서도 일부 밝혔습니다.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든지(이것은 스티브 잡스가 주장했었습니다), 자신은 리더십에 대해 잘 모르고 스스로 좋은 리더라고 여기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는 많은 이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그런데 이 날 머스크와 마주 앉아 이런 이야기를 능숙하게 이끌어냈던 이는 특이하게도 군복에 전투화 차림이었습니다. 그는 존 톰슨 장군으로, 미 공군의 미사일 및 우주사령관이자 일론 머스크가 초대된 행사인 ‘스페이스 피칭데이’의 책임자였습니다. 저는 머스크의 이야기만큼이나 이 행사 자체가 의미 깊다고 생각합니다. 방산획득 분야의 중요한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행사는 기술 스타트업들이 자신의 사업과 기술을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우수하다고 평가된 스타트업들은 미국 공군 관계자들과 기술전문가들의 심사를 통해 즉석에서 미 공군과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구매 대금의 일부는 신용카드로 바로 지급됐는데, 결제금액이 이틀 동안 250억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군의 획득 절차는 대개 매우 오래 걸립니다. 군의 소요 제기부터 실제 전력화에 이르기까지 몇 년씩도 걸립니다.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이런 느린 획득 기간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군이 지금 구축하고 있는 차세대 무선통신시스템의 경우 2010년에 소요가 제기돼 10년에 걸쳐 개발되는 중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지금의 스마트폰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일선 부대에서는 지휘관들이 차라리 카카오톡을 이용해 작전명령을 주고받기도 한답니다. 획득 기간을 빠르게 하려면 관료적인 절차도 개선해야 하겠지만, 무엇이든 보안 하에 독자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외부의 발전된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극 도입하는 ‘개방형 혁신’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미군의 경우, 개방형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래 전쟁의 ‘게임체인저’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의 분야에서 스타트업들의 기술 혁신을 군이 보다 빨리 수용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톰슨 장군은 스페이스 피칭데이의 개최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국방부 내부에서만 기술을 개발하려는 생각은 매우 전근대적 사고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미군은 꽤 오래 전부터 국방 분야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AVCI)을 활용하고 있고,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역시 스타트업과 다양한 협력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군은 기술 스타트업들과 매우 거리가 멉니다. 국방부도 창업 경진대회나 민군 겸용 기술개발 등 다소 유사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개방형 혁신 활동은 아닙니다. 스타트업 행사에 군 관계자가 오는 경우도 없습니다. 그래서 기술 스타트업과 군의 협업은 거의 없습니다. 몇 년 전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펀드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정권이 바뀌며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방비 규모가 세계 10위 안에 드는 나라입니다. 만약 우리가 국방비의 1%를 개방형 혁신을 위해 쓴다면, 우리나라의 벤처투자 규모는 무려 25%가량 늘어나게 됩니다. 혁신성장과 국방기술 강화가 동시에 가능한 묘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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