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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홍준표는 왜 황교안을 저격할까

입력
2019.11.10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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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국당에 "헛발질이나 하고 박근혜 정권을 망하게 한 십상시들이 날뛴다면 1985년 총선에서 망해버린 민주한국당이 될 수 있다"는 글을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국당에 "헛발질이나 하고 박근혜 정권을 망하게 한 십상시들이 날뛴다면 1985년 총선에서 망해버린 민주한국당이 될 수 있다"는 글을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2005년 작고한 고우영 화백의 만화 ‘삼국지’를 접한 50대 이상 중노년층에게 ‘십상시(十常侍)’는 꽤 익숙하지만 청장년층은 생소할 것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근거한 고 화백의 작품은 중국 후한 말기 영제 때 왕조가 쇠퇴하면서 위ㆍ오ㆍ촉의 삼국시대가 열리고 이후 100년 동안 수많은 영웅호걸이 출몰해 전란을 치르는 과정을 독특한 해학과 익살로 버무렸다. 출발은 이른바 ‘십상시의 난’이다. 영제 때 정권을 잡아 조정을 농락한 10명(혹은 12명)의 환관이 정적을 제거하는 난을 일으켰으나 이것이 되레 자멸을 초래하는 계기가 됐다.

▦ 이후 십상시 비유는 우리 정치에서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며 주군을 오도하는 군상을 꼬집는 말로 굳어졌다. 대표적 사례는 1997년 15대 대선에서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의 집권이 유력하던 시절 그 주변을 얼쩡거리며 위세를 부렸던 ‘완장부대’ 7명을 ‘칠상시(七常侍)’로 통칭한 것이고, 박근혜 정부에서 여왕을 떠받들며 국정을 농단한 10명의 이름이 십상시로 공공연히 거론됐다.

▦ ‘하는 것도. 되는 것도 없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정치가 마침내 ‘상시(常侍) 정치’ 유령을 불러냈다. 마이크는 홍준표 전 대표가 잡았다. 최근 그는 주장의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벌써부터 십상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총선을 앞두고 (황 대표 주변에) 설친다고 한다”며 “측근정치를 모두 비난할 수는 없지만 (혁신을 가로막는) ‘상시 정치’는 만악의 근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그는 “내년 총선에서 장내로 들어가 인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정치를 할 생각”이라며 “공천에 연연하지 않고 내 갈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자신을 포함한 ‘올드보이’들의 잇단 정치 행보에 비판적인 당내 기류를 상시 정치에 빗댄 셈이다.

▦ 그의 독설은 한국당 김태흠 의원과 초선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전ㆍ현직 당지도부를 포함한 중진 용퇴론을 제기하자 더욱 강해졌다. “친박에서 (친황으로) 말을 갈아탄 이들이 개혁을 위장해 벌이는 정치쇼”라는 것이다. 황 대표의 보수대통합 제안도 “TK통합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리고 “지금은 친북 아닌 진보 좌파도 포함하는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수평적 관계로 참여하는 국민 대통합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어깃장을 놨다. 자신의 출마에 부정적인 한국당에 화가 많이 났다는 뜻일 게다. 황교안이 배후라고 생각하는 걸까.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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