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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템퍼링(tempering)과 ‘카나비 사건’

입력
2019.11.06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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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 모습. 연합뉴스
작년 11월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 모습. 연합뉴스

요즘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단어가 ‘템퍼링(tempering)’이다. e스포츠의 대표 종목인 리그오브레전드(LOLㆍ롤) 프로게이머 ‘카나비’의 노예계약 논란과 관련해서다. 템퍼링은 계약기간이 남아 있거나 특정 팀에 우선 접촉권이 있는 선수와의 비밀 협상, 즉 ‘사전 접촉’을 의미한다. 선수 및 구단 보호 차원에서 엄격히 금지되며 위반 시 중징계 대상이다. e스포츠는 국가 간 템퍼링까지도 금지하고 있다.

□ 카나비 노예계약 의혹의 골자는 이렇다. ‘프로팀 그리핀의 대표 조모씨가 카나비(18세)를 중국 프로팀 징둥게이밍(JDG)에 임대했다. 이어 JDG와 카나비의 이적을 추진하던 중 거액의 이적료를 챙기기 위해 JDG와의 템퍼링 의혹을 제기하며 카나비를 압박, 카나비가 원치 않는데도 JDG와 5년 장기계약을 맺게 했다.’ 카나비는 JDG의 일방적 제안을 받은 건데도 조 대표가 템퍼링이라고 몰아붙이자 영구제명이 두려워 낮은 연봉에 장기계약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선수 생명이 길지 않은 프로게이머에게 템퍼링에 따른 징계와 5년 계약은 사형선고이자 노예계약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 시장 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e스포츠 시장의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38.3% 증가한 9억600만달러(약 1조500억원)에 달했다. 올해 성장률은 35% 안팎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규모도 이미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작년 롤드컵(롤+월드컵) 결승전은 1억명이 지켜봤다. 시쳇말로 돈이 되는 시장이다. 하지만 프로게이머의 상당수는 이제 막 성인이 됐거나 일부는 카나비처럼 미성년자여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계약을 체결할 때 취약할 수 있다. 수많은 유저들이 카나비 사건에 분노하는 이유다.

□ 그간 롤드컵은 한국 프로팀들의 독무대였지만 작년과 올해 연이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이 주축인 프로게이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오른들(어른들)’ 때문이라는 게 유저들의 중론이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세대 갈등과 공정ㆍ신뢰의 문제가 e스포츠로도 번진 셈이다. 카나비 사건을 국회 국정감사 무대에 올린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에겐 ‘빛태경’이란 별칭이 붙었다. 민주당은 최근 프로게이머 출신 20대 유튜버를 총선기획단 위원으로 선임했다.

양정대 논설위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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