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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금강산관광의 해법, ‘줄탁동시(啐啄同時)’

입력
2019.11.07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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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금강산에 공동점검단을 파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2차 통지문을 북한 측에 보냈다. 대면 실무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북한 측이 이번에는 호응할까.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에 달린 듯하다. 자신이 공개적으로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단호한 입장을 보여 준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창의적 해법을 모색해 북한과의 신뢰관계를 복원하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해보겠다는 우리 정부의 강한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김 위원장이 실무접촉을 지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전격 지시한 김 위원장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금강산관광을 조기에, 그것도 조건 없이 재개하고 싶지만 남측이 이 문제를 풀지 못하니까 독자적으로 금강산을 개발ᆞ운영해보겠다는 것이다. 남측이 지어 놓은 낙후된 시설들을 철거해 가면 자신들이 새롭게 단장해 국내외 관광객을 받겠다는 것이고, 나중에 분위기가 조성되면 남측 관광객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김 위원장의 절묘한 한 수가 읽힌다. 남측 시설 철거라는 강수를 던졌지만 결국 금강산관광 문제를 이슈화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그에게는 남측 사업자가 금강산 남측 시설들을 하루 빨리 전면 개보수해서 남측 관광객들이 금강산을 다시 찾게 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북한은 원산-금강산 관광지대를 국제화하고 싶어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강산 지역의 남측 시설을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면 이는 치명적인 자해행위가 될 수 있다. 어떤 나라도 더는 북한에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관광객들도 이런 끔찍한 현장에 가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누구보다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남측과 합의해서 철거하라고 한 발언이 이를 방증한다.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아래에서도 경제발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핵심 동력이자 수단으로 관광을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내부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적극 개발해 주민생활 향상 효과도 내고, 외화벌이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겨냥해 왔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최대 치적 사업으로 추진 중인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조성의 성패는 어쩌면 남측과의 관계 개선에 달려 있는지 모른다. 북한은 중국 자본과 중국인들을 끌어들여 관광사업을 활성화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명분과 실리 모든 측면에서 그렇게 만족스럽지가 않다.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북한 지도부는 갈수록 깊어지는 중국 의존도 현상에 대해 적지 않은 위기감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도 금강산관광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사업이다. 금강산은 관광사업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이끌어 내는 힘은 국민들이 내는 한목소리다. 지금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김 위원장도 북측 실무자들이 문서교환 방식이 아니라 우리 당국과 사업자들을 직접 만나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가 밖에서, 병아리가 안에서 같이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금강산관광이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고 빛을 보려면, 밖에서는 남북 당국이, 안에서는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기로에 선 금강산관광을 줄탁동시로 풀어 나간다면, 현재의 어려움이 남북관계 전환의 실마리를 찾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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