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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인류 진화의 색다른 가능성

입력
2019.10.19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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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발전이나 개선과는 상관없는 개념이다. 어떤 목적이나 방향성 없이 그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불규칙한 과정 그 자체를 일컫는 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진화는 발전이나 개선과는 상관없는 개념이다. 어떤 목적이나 방향성 없이 그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불규칙한 과정 그 자체를 일컫는 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생물학적 종으로서 호모 사피엔스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 지금의 형태가 완성형일까? 아마 그렇게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어쩌면 다음 세기쯤에 인류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인간의 탄생을 목도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흔히들 전망하듯이 인간과 기계(컴퓨터)가 결합한 사이보그 인간이 아니라 전혀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진화는 발전이나 개선과는 상관없는 개념이다. 어떤 목적이나 방향성 없이 그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불규칙한 과정 그 자체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20세기 이후 인류의 환경은 그 이전과 비교해서 어떻게 변했나?

우선 각종 전자파가 있다. 인류는 20세기가 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많은 전자파에 둘러싸여 살아 본 적이 없었다. 스마트폰이나 TV, 라디오의 전파는 물론이고 전기를 에너지로 삼는 우리 주변의 모든 가전제품과 전기전자기기, 산업기기들이 전자파를 내뿜는다. 거대한 송전탑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된 바가 없지만, 최소한 두어 세대에 걸친 장기간의 추적 조사를 거쳐야만 그 세부적인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 기기를 몸에 달고 살다시피 하는 21세기 세대들이 주된 관심의 대상이다.

두 번째로 각종 미세먼지가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발전소, 공장 등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의 중금속 및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등 여러 가지 구성 성분의 미세먼지들이 지난 100여년간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이들은 호흡기 등을 통해 직접 우리 몸에 들어오기도 하고 육류나 생선류 등을 섭취하는 과정에서도 인간의 몸에 흡수된다. 최근에는 생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또한 방사능 역시 점점 피폭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핵발전소의 폐기물 등은 별도의 관리와 보존처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이 지진이나 해일 등의 천재지변으로 언제 어떻게 누출될지 모른다. 건축 자재나 토양에도 방사능 물질들이 다양한 경로로 섞인다. 방사능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비록 미세먼지나 전자파만큼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는 않더라도 그 영향은 치명적일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환경변화 요인들이 있지만, 위의 세 가지만으로도 인간에게 생물학적 악영향을 끼치거나 돌연변이를 촉발할지도 모를 요소로서 충분히 잠재력이 있다. 현생 인류의 나이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수만 년인데, 이런 급격한 환경변화는 불과 최근 100여년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전자파에 상시 노출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거나 미세플라스틱과 중금속 알갱이들이 체내에 축적되어도 멀쩡하거나 방사능을 쬐어도 유전자가 이상 없는 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적응진화는 두어 세대 만에 완수되기 힘들다. 결국 우리가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면 이런 환경변화 요인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하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SF에서는 이런 환경변화에 대해 돌연변이건 적응진화건 간에 디스토피아적 미래 전망과 결합시켜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는 방사능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괴한 신체를 지니게 된 사람들이 득실대는 미래사회 소설을 쓴 바 있고, 영화 ‘워터월드’(1995)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문명이 무너지고 물에 잠긴 세계에 사는 주인공이 수상 생활에 적응하여 귀 뒤에 아가미가 생긴다.

그런데 이런 논의에서 핵심은 변화하는 환경에 신체가 어떻게 적응하고 진화하느냐보다 그에 따라 우리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어떻게 바뀔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와는 몸도 마음도 다른 신인류가 예상보다 빨리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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