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서초동ㆍ광화문 장군멍군… 조국發 ‘광장 내전’ 끝이 안 보인다

알림

서초동ㆍ광화문 장군멍군… 조국發 ‘광장 내전’ 끝이 안 보인다

입력
2019.10.06 17:44
수정
2019.10.06 23:41
1면
0 0

5일 서초동 “검찰개혁” “조국 사퇴” 맞불… 9일 광화문, 12일 서초동ㆍ서울역 집회 예고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린 지난 5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초역에서 예술의전당 방향 도로가 시민들로 채워졌다. 배우한 기자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린 지난 5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초역에서 예술의전당 방향 도로가 시민들로 채워졌다. 배우한 기자

대한민국이 반으로 갈라졌다. 한쪽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수호와 검찰 개혁”을 외치고, 반대쪽은 “조국 사퇴”를 부르짖고 있다. 정권교체를 위해 들었던 ‘하나의 촛불’이 3년 만에 두 개로 나뉘며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을 뒤덮었다. 양쪽 모두 상대를 향한 양보와 이해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배수진만이 존재하는 ‘조국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대검찰청이 있는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는 조국 수호와 사퇴를 주장하는 양쪽의 집회가 맞붙었다. 서초역사거리를 중심으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조 장관을 지지하는 이들은 “우리가 조국이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조 장관 일가를 수사 중인 검찰을 압박했다. 전북 전주시에서 온 김민희(51)씨는 “오늘 집회에 오기 위해 시민들이 일일이 회비를 모았다”며 “우린 정치색이 아니라 정의를 추구하러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초경찰서 앞쪽에서는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주최한 ‘조국 구속ㆍ문재인 퇴진 요구 결사항전 맞불집회’가 진행됐다. 이들은 “조국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양측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반포대로 중간에 펜스를 설치했고, 88개 중대 5,000여명을 배치했다.

진영 간 장군멍군식으로 계속되고 있는 ‘광장 정치’는 점점 격해졌다. 지난달 28일 '서초동 집회'에는 부산, 대구, 광주, 청주, 김해 등 지방에서도 버스를 대절해 참석했다. 당시 주최 측은 참가자 숫자를 20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지난 3일 범보수진영은 '광화문집회'를 열어 "우리는 300만명이 모였다"고 받아 쳤다. 다시 돌아온 5일 서초동 집회 주최 측은 규모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인사들은 너도나도 “시민 여러분들이 반포대로, 서초대로를 300만으로 꽉 채워줬다"며 여전히 세를 과시했다.

두 쪽 난 여론은 국민의 일상으로까지 침투했다. 조 장관 지지여부를 놓고 대화하다 가족 내 불화가 생겼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김모(44)씨는 “오래 전부터 5일 저녁 한강 불꽃축제를 보러 가기로 약속하고서 갑자기 서초동 집회에 가야 한다는 아내와 다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자신들의 관점에 따라 정반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검찰개혁과 조국 반대라는 것은 여당에서 만든 프레임이고, 핵심은 조국 지지와 조국 반대"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인지하고 결자해지를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분열의 소용돌이로 더 깊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측의 집회 참가자 수를 보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대결국면으로 몰고 가는 것은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여론과 그 여론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의 대립을 강조하는 언론이 바뀌지 않는 한 집회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사태로 시작된 국론 분열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글날인 9일 광화문 일대에서는 범보수 단체의 집회가 예정돼 있다. 오는 12일에는 우리공화당이 서울역광장에서 집회를 준비 중이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도 같은 날 서초역을 중심으로 9차 촛불문화제를 열어 응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