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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손 써야 하나”…태풍 할퀸 경북·영동 복구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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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손 써야 하나”…태풍 할퀸 경북·영동 복구 ‘안간힘’

입력
2019.10.04 17:50
수정
2019.10.04 20: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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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원덕·근덕면 토사 걷어내고·차량 견인

폭우 피해 울진 등 경북서도 800여명 복구 나서

부산 사하구 산사태 현장에선 매몰자 수습

4일 오후 강원도 삼척의 태풍 '미탁' 피해 현장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강원도 삼척의 태풍 '미탁' 피해 현장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처참했다. 교각로 밑에 자리한 사회복지센터는 진흙과 자갈에 파묻혀 빨간 지붕만 드러냈다. 10여채의 주변 가옥도 흙더미와 부러진 나뭇가지에 뒤덮인 채로 복구의 손길만 기다렸다. 강풍과 장대비 공격을 받은 전봇대 역시 서 있기가 버거운 듯했다. 흙탕물에 휩쓸려 뒤엉킨 차량들도 즐비했다. 4일 제18호 태풍 ‘미탁’이 할퀴고 지나간 강원 삼척시 원덕읍 갈남2리(신남마을)의 모습은 그랬다. 김동혁(63) 신남마을 이장은 “어디부터 손을 쓸지 막막하다”며 “피해 면적이 생각보다 넓은 데 반해 마을 인구는 적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전날 기록적인 물폭탄을 받아낸 ‘미탁’의 피해지역은 사실상 마비됐다. 침수된 주택과 도로는 물론이고 파손된 공공시설 또한 쉽게 눈에 띄었다. 이 와중에 현장에선 복구를 위해 나선 군 장병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도 시야에 들어왔다..

재난 당국과 삼척시는 4일 오전 이날 매몰 및 침수 피해를 본 원덕·근덕읍과 시내 곳곳에 중장비 116대, 905명의 인력을 투입해 복구작업에 들어갔다. 비탈면이 무너진 원덕읍 월천리 7번 국도 등 위험지역 도로 13곳의 추가피해 예방을 위한 응급 공사도 진행됐다.

지난해 여름에 이어 또다시 침수 피해를 입은 강릉 경포동 진안상가 상인들도 물청소를 하면서 냉장고와 조리도구를 부지런히 밖으로 옮겨 말렸다. 박건식(56) 경포번영회장은 “하나라도 물건들을 되살려 빨리 생업에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절실한 마음을 전했다.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4일 경북 울진군 매화면 금매2리 일대에서 태풍피해 복구를 하고 있다. 50 사단은 지역민을 돕고자 이날 700여명의 장병을 경북 각지의 태풍피해 복구에 투입하고 있다. 육군 50사단 제공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4일 경북 울진군 매화면 금매2리 일대에서 태풍피해 복구를 하고 있다. 50 사단은 지역민을 돕고자 이날 700여명의 장병을 경북 각지의 태풍피해 복구에 투입하고 있다. 육군 50사단 제공

강원 영동과 함께 가장 큰 피해를 본 경북에서도 군 장병과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800여명이 이재민들을 도왔다. 시간당 102㎜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쑥대밭이 된 울진에선 평해읍 근남, 매화, 온정, 죽변, 후포면에 150여대의 장비가 투입돼 주택과 마을 안길에 쌓인 토사를 걷어냈다. 영덕군 내 남정면, 달산면, 지품면, 영해면에서도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137대의 중장비가 복구작업을 진행했다.

지자체 차원에서의 지원 대책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이후 세 차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 대한 특별지원대책을 내놨다. 침수 피해 농지의 경우 ㏊당 100만~200만원까지 작물별로 농약대금을 지원하고 폐작한 농지는 ㏊당 최대 55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역시 피해지역이 워낙 넓고 규모가 크다 보니,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게 자치단체와 현장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태풍 ‘콩레이’에 이어 2년째 물폭탄을 맞은 영덕군 강구시장도 이틀째 복구작업을 이어갔다. 주민 김건국(51)씨는 “작년 태풍에는 집 뒤쪽 담이 무너졌는데 이번에는 앞쪽이 무너졌다”며 “해마다 피해가 반복되니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경북에선 이번 태풍으로 6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거나 실종됐다. 뿐만 아니라 18개 시·군에서 농경지 1,238㏊가 물에 잠기고 양식어류 46만마리가 폐사했다. 도로 68곳, 하천 29곳이 유실됐고, 보금자리를 잃은 울진군 죽변, 나곡4리, 대흥리 주민 253명은 사흘째 마을회관에서 한뎃잠을 자고 있다.

4일 오후 부산 사하구 산사태 매몰 현장에서 구조 당국이 매몰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부산 사하구 산사태 매몰 현장에서 구조 당국이 매몰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 3일 오후 산 정상 매립토와 토사가 식당을 덮쳐 일가족 등 4명이 매몰된 부산 사하구 구평동에선 1,000여명이 동원돼 이틀째 수색작업이 이뤄졌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오전 11시5분쯤 숨져 있는 세 번째 매몰자를 발견했다. 경찰에선 매몰자가 부부 중 아내인 성모(75)씨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 6시21분쯤에는 마지막 매몰자인 권씨의 아들(48)도 찾아냈다. 사고 발생 33시간 만이다. 앞서 경찰과 소방은 3일 아버지 권모(75)씨와 식당 주인 배모(65·여)씨를 수습했다.

한편 강원과 경북, 전남 등 태풍이 할퀴고 간 자치단체는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김양호 삼척시장은 현장을 찾은 이낙연 총리에게 특별교부세 지원과 함께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건의했다. 전체 김 채묘 시설 가운데 11%가 피해를 보고 벼 침수 피해면적이 1,149㏊에 달한 전북도 역시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삼척=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울진=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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