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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광화문 촛불, 서초동 촛불

입력
2019.10.04 18:00
수정
2019.10.04 20:5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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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밤을 밝혔던 광화문 촛불집회는 국민 주권을 되찾은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모두 23차례 집회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연인원 1,700만명이 참여했다. 광화문 촛불이 외친 구호는 ‘민주주의 쟁취’ ‘세월호 진상규명’ 등 상식적 국민이면 공감할만한 내용이었다. 서초동 촛불은 여권 지지층만의 결집인가,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인가. ‘조국 수호’라는 구호가 그 경계를 가를 것이다. 연합뉴스
2016년 겨울 밤을 밝혔던 광화문 촛불집회는 국민 주권을 되찾은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모두 23차례 집회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연인원 1,700만명이 참여했다. 광화문 촛불이 외친 구호는 ‘민주주의 쟁취’ ‘세월호 진상규명’ 등 상식적 국민이면 공감할만한 내용이었다. 서초동 촛불은 여권 지지층만의 결집인가,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인가. ‘조국 수호’라는 구호가 그 경계를 가를 것이다. 연합뉴스

‘박근혜 퇴진’ ‘민주주의 쟁취’ ‘세월호 진상규명’. 2016년 늦가을에 시작해 매서운 한파를 이겨내고 이듬해 봄까지 빛을 밝혔던 광화문 촛불의 구호다. 상식적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진영에 관계없이 남녀노소가 동참한 배경이다. 광화문 촛불을 이끈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에는 민주노총 참여연대 같은 진보 성향은 물론 중도보수까지 2,300여 시민ㆍ사회단체가 참여했다. 탄핵 결정 이후에도 특정 정파나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구호는 나오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촛불을 “이념과 지역과 계층과 세대로 편 가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서초동 촛불도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 열망의 자발적 표출이라는 점에서 제2 촛불혁명의 성격을 띠는 게 사실이다.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비상식적 수사는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선 이례적 수사 착수, 먼지떨이식 압수수색, 한 차례 소환조사도 없이 이뤄진 전격 기소. 특수부 검사 수십 명을 동원해 70여곳을 털어대면 누구든 무사하지 못할 게다. 예상을 뛰어넘은 거대한 촛불은 검찰권력 사유화에 대한 국민적 분노임이 분명하다.

□ 서초동 촛불의 주된 구호는 ‘조국 수호’ ‘검찰개혁’이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구호도 나왔다. 그런데 ‘조국 수호’ ‘조국 무죄’ 구호가 나오면 입을 닫거나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조국 수호=검찰개혁’ 프레임은 진영 대결을 부추겨 오히려 검찰개혁을 무산시킬 위험이 있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검찰의 과잉 수사가 조국 장관 임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건 아니다. 왜 조국이 검찰개혁의 적임자인가에 대해 여전히 납득 못하는 국민이 많다.

□ 검찰개혁은 조국 개인이나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정의로운 공권력을 바로 세우는 문제다. 서초동 촛불의 구호가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차원의 검찰개혁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서초동 촛불이 공감대를 넓히려면 조국 개인과 관련된 구호는 삼가야 한다. 대신 ‘공수처 설치’ ‘수사권 폐지’ 등 상식적 다수를 대변하는 연대의 구호를 외쳐야 한다. 광화문 촛불은 국정농단에 실망한 합리적 보수와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부대를 갈랐다. 서초동 촛불의 ‘조국 수호’ 구호는 진보의 분열을 가속화할지도 모른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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