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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복수 나설 것” 고교생 피격에 홍콩 시위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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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복수 나설 것” 고교생 피격에 홍콩 시위 새 국면

입력
2019.10.02 17:59
수정
2019.10.02 18: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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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 “마지노선 넘었다” 탈출구 없는 투쟁 예고 

 美 공화당, “중국 공산당이 무력으로 짓밟아” 가세 

 中 언론 “암 덩어리” 폄하하며 경찰 정당방위 옹호 

홍콩 시민이 2일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해 전날 경찰의 실탄 발포에 왼쪽 가슴을 맞아 중태에 빠진 18세 고교생 창츠킨의 피격 상황이 담긴 그림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콩 시민이 2일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해 전날 경찰의 실탄 발포에 왼쪽 가슴을 맞아 중태에 빠진 18세 고교생 창츠킨의 피격 상황이 담긴 그림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18세 고교생이 1일 경찰의 실탄 사격으로 중태에 빠지면서 홍콩 시위가 새 국면을 맞았다. 성난 시민들은 2일 예정에 없던 시위에 나서며 ‘피의 복수’를 다짐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전체주의를 비판하며 시민들 편에 섰다. 전날 건국 70주년 잔칫상을 성대하게 치른 중국은 시위대를 “암 덩어리”라고 깎아내리며 “홍콩 경찰의 정당방위”라고 옹호하는데 급급했다.

시위대는 이날 입법회(우리의 국회) 인근 타마르 공원을 비롯해 시내 7곳의 집결장소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벌였다. 특히 도심 센트럴 차터가든을 기점으로 가두행진에 나섰다. 시위대는 전날 시민 180여명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최고 수준의 충돌로 치달은 터라 원래 2일은 전열을 가다듬으려 했다. 하지만 경찰이 조준사격이라는 ‘마지노선’을 넘으면서 들끓는 민심은 다시 거리로 쏟아졌다. 한 시민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경찰이 실탄을 발포한 만큼 시위가 더 과격해져도 우리는 책임이 없다”면서 “물론 두렵지만 이제 탈출구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홍콩과 중국 정부가 그간 “시민을 향해 발포하지 않았다”며 강경진압을 두둔해 온 터라 배수진을 친 시위대는 다시 세를 규합해 총력전에 나설 참이다. 17주째로 접어든 홍콩 시위는 앞서 경찰의 진압이 도를 넘어설 때마다 요동치며 시민들의 힘을 한데 모은 전례가 있다. 7월 21일 지하철역에서 시위 참가자들을 무차별 구타한 ‘백색테러’ 이후 분노한 시민들은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폭력에 맞섰고, 8월 11일 경찰의 고무탄에 맞아 여성이 오른쪽 눈을 실명할 위기에 처하자 같은 달 18일 시민 170만명이 운집해 시위의 불을 다시 지폈다. 왼쪽 가슴에 총을 맞은 창츠킨(曾志健) 군은 폐와 가슴, 심장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지만 총알이 심장을 비켜가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명보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미 공화당도 가세했다.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의원 21명은 “고교 2학년 홍콩 학생이 가슴에 총탄을 맞는 동안 시 주석은 30년전 학살을 자행한 텐안먼(天安門)에서 군대를 사열했다”며 “중국 공산당은 무력으로 반대세력을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시 주석과 중국 국민에게 건국 70주년 축하의 뜻을 전한다”고 올리자 미 국무부 관료는 “역겹다”며 SCMP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발의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이 초당적인 지지를 받으며 이달 중순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중국을 옥죄고 홍콩 시위대가 운신의 폭을 넓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은 관영 매체를 동원해 시위대를 공격하는데 주력했다. 홍콩 택시 2,000대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꽂는 등 홍콩 전역에서 국경절을 축하했다고 선전했지만 실탄 총격으로 오히려 수세에 몰린 탓이다. 신화통신은 2일 “3개월 넘게 시위가 지속돼 그 공포가 실성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법치의 힘으로 암 덩어리를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홍콩이 또다시 무법상태에 빠졌다”며 “폭도들이 부식성 액체로 여러 경찰관과 기자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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