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기억할 오늘] 현금 1.2톤을 훔친 그들(10.4)

입력
2019.10.04 04:51
30면
0 0
1997년 루미스 파고 금고털이를 소재로 한 2016년 영화 'Masterminds' 포스터.
1997년 루미스 파고 금고털이를 소재로 한 2016년 영화 'Masterminds' 포스터.

루미스 파고(Loomis, Fargo & Co)는 미국과 유럽 10여 개 국에 지사를 둔 세계 최대 현금 수송ㆍ관리ㆍ보관 대행회사다. 1997년 10월 4일 저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의 루미스 파고 지사 금고에서 현금 1,730만 달러가 사라졌다. 주범은 금고 관리자 데이비드 갠트(David Ghantt)였다.

과묵하고 성실하다는 평을 듣던 그는 어느 날 회사 동료인 내연녀 켈리 캠벨(Kelly Campbell)에게 불평을 털어놓는다. 시급 8.5달러에 주 75~80시간을 일해야 하는, 쳇바퀴 속 다람쥐 같은 일상. 그는 “차라리 이 금고라도 털까”라고 흘리듯 말했다고 한다. 얼마 뒤 회사를 관둔 켈리는 ‘그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며 자신의 고교 동창 스티브 챔버스(Steve Chambers)를 갠트에게 소개한다. 그렇게 모의가 시작됐다.

범행 당일 갠트는 수습직원을 일찍 퇴근시킨 뒤 회사 현금 수송 밴에 현금을 가득 실었다. 지폐 1,730만 달러는 무게만 2,700파운드(약 1.2톤)에 달했다. 그는 밴을 몰고 공범들과 미리 약속한 장소로 이동, 현금을 옮겨 싫었다. 공간이 부족해서 330만 달러는 밴에 그대로 남겨두어야 했다. 이틀 뒤 발견된 현금더미 위에는 갠트의 결혼반지가 놓여 있었다.

현금은 모두 챔버스가 보관했다. 그는 회사와도 갠트와도 인연이 없는, 즉 추적이 불가능한 존재였다. 사태가 잠잠해진 뒤 돈을 나누자는 게 그들의 계획이었다. 갠트는 국경 휴대 최대한도인 현금 5만 달러를 챙겨 멕시코로 도피했다.

그들의 백일몽은 5개월 만에 끝났다. 챔버스 부부의 엽기적인 사치가 실마리였다. 트레일러에 살던 그들은 현금으로 저택을 샀고, 고가의 승용차를 샀고, 유방확대 성형수술을 받았다. FBI는 돈이 떨어진 갠트가 챔버스에게 돈을 더 보내달라며 건 전화도 감청했다. FBI는 98년 3월 일당과 현금 세탁 및 보관을 도운 친지 등 10여 명을 일거에 검거했다. 조사 결과 챔버스 부부는 갠트를 청부 살해한 뒤 돈을 독차지하려던 계획까지 세운 사실도 드러났다. 갠트는 양형거래로 감형 받아 7년 6개월 형을, 챔버스는 11년 형을 살았다. FBI는 도난현금 중 약 200만 달러는 회수하지 못했다. 챔버스 부부가 5개월 동안 탕진한 돈 가운데, 저택과 자동차, 고가 세간 경매로 벌충하지 못한 돈이었다. 최윤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