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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아랍연맹의 끝?

입력
2019.09.30 04:40
수정
2019.09.30 11:3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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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ㆍ튀니지와 같은 국가에서의 보통선거를 통한 이슬람주의자의 선출 등 아랍의 봄을 뒤이은 정치이슬람의 부상은 지역 분열을 심화시켰다. 이슬람주의자의 급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집트ㆍ사우디아라비아 및 UAE 당국은 지역 내에서 무슬림형제단과 같은 집단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 끊임없고 조직화된 노력을 개시했다. 이 같은 노력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것은 2013년 이집트 군대가 국가 최초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자 형제단의 회원이었던 모하메드 모르시를 축출한 사건이었다. 사진은 지난 6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모하메드 모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추도 행사.
이집트ㆍ튀니지와 같은 국가에서의 보통선거를 통한 이슬람주의자의 선출 등 아랍의 봄을 뒤이은 정치이슬람의 부상은 지역 분열을 심화시켰다. 이슬람주의자의 급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집트ㆍ사우디아라비아 및 UAE 당국은 지역 내에서 무슬림형제단과 같은 집단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 끊임없고 조직화된 노력을 개시했다. 이 같은 노력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것은 2013년 이집트 군대가 국가 최초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자 형제단의 회원이었던 모하메드 모르시를 축출한 사건이었다. 사진은 지난 6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모하메드 모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추도 행사.

역사적으로 중동에서 다자주의를 촉진하는 일은 정치ㆍ경제ㆍ문화적 이슈에 있어서는 ‘아랍국가연맹’이, 경제문제는 ‘걸프협력회의(GCC)’가 맡아왔다. 기구의 역사나 관련 분야, 회원 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 두 기구는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문제 등 중요한 사안에 있어 아랍권의 통일을 보장하고 회원국 간 갈등을 피하기 위해 유지되어 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지지한다는 공통된 이유로 아랍 국가들을 단결시켰다. 그러나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이란이 제기한 인지된 위협, 지역 테러의 확산, 정치이슬람 혹은 이슬람주의의 부상 등 더욱 심한 분열을 초래하는 세 가지 문제가 대두했다. 이러한 전개는 전통적인 동맹을 결렬시켰고 이 지역에서 더욱 가변적인 다자 간 협력 체계를 불러왔다. 또한 현재 중동에 대한 서구, 특히 미국의 정책은 이런 추세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첫째, 수니파 아랍 정부는 이란의 지역 내 영향력과 활동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으로 본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그리고 이란과의 적대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전통적인 적대관계를 일축시켰다. 실제로 많은 아랍권 국가 정부들이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례 없이 이스라엘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었다. 이러한 협력은 대부분 은밀히 진행되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아랍-이스라엘 관계의 돌파구라고 했던, 미국의 주도로 2019년 2월 바르샤바에서 열린 ‘반이란’ 회의를 통해 봇물 터지듯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이 지역에서 전략적 경쟁과 대리 대립을 계속함에 따라 이 같은 구도와 일종의 유대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둘째, 중동 전역의 지하드 테러 위협은 시리아와 리비아의 격렬한 갈등으로 악화돼 이집트ㆍ튀니지ㆍ요르단 그리고 다른 국가들에서 여러 차례의 공격으로 나타나 아랍연맹을 긴장시키고 그 결과 회원국을 분열시켰다. 일례로 리비아의 전 통치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2011년 초 자국의 민중 봉기를 난폭하게 진압하자 아랍연맹은 리비아의 회원국 자격을 박탈한 데 이어 그해 말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리비아 반군의 카다피 축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얼마 후 아랍연맹 회원국들은 지역 내 테러 행위를 용인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비난하고 시리아를 제명했다. 오늘날 연맹은 시리아의 회원 자격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여러 수니파 아랍국가들은 아사드로 인해 이란이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었고 그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같은 시아파 민병대들이 힘을 얻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와 튀니지 정부는 시리아의 재가입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이집트ㆍ튀니지와 같은 국가에서의 보통선거를 통한 이슬람주의자의 선출 등 아랍의 봄을 뒤이은 정치이슬람의 부상은 지역 분열을 심화시켰다. 이슬람주의자의 급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집트ㆍ사우디아라비아 및 UAE 당국은 지역 내에서 무슬림형제단과 같은 집단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 끊임없고 조직화된 노력을 개시했다. 이 같은 노력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것은 2013년 이집트 군대가 국가 최초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자 형제단의 회원이었던 모하메드 모르시를 축출한 사건이었다. 아랍국가들 사이에서는 모르시의 축출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찬성한 반면 카타르는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이 세 가지 문제는 아랍연맹을 파열시켰을 뿐만 아니라 경제에 초점을 맞춘 GCC를 분열시켰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ㆍUAEㆍ바레인, 그리고 GCC 회원국이 아닌 이집트가 2017년 이후 카타르를 정치적ㆍ경제적으로 봉쇄하는데 의기투합한 사실이다. 지역 내 테러를 지지하고 수도인 도하를 추방된 이슬람주의자들을 위한 피난처로 내주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카타르와 터키, 이란의 긴밀한 유대관계 역시 지역 긴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중동에서 전통적인 다자주의의 붕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두드러지게 변한 미국의 중동문제 접근법과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이란 핵 협상과 그 전에 리비아에서의 나토 주도의 군사 개입을 가능하게 했던 다자주의와 연맹의 구축을 강력하게 선호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다자기구에 대한 그의 경멸을 자랑스럽게 선언했고, 같은 생각을 가진 동맹국이나 심지어는 적국과도 일 대 일 거래를 선호한다. 게다가 그의 이란에 대한 굳은 반대 입장은 미국을 이 지역 내 반이란 세력과 완전히 일치시켰다.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은 아랍권 국가들이 아랍연맹이나 GCC 내에서 광범위한 합의에 이르기 위한 노력보다는 주요 문제에 대해 특정한 지역 동맹국들과의 협조만 강화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 결과 이미 희미해진 ‘아랍연합’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은 더욱 사라질 것이다.

자스민 엘가말(대서양위원회 중동 라피크 하리리 센터 비상주 선임연구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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