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한일 분쟁해소 첫발… 갈 길은 아직 멀다

알림

한일 분쟁해소 첫발… 갈 길은 아직 멀다

입력
2019.09.20 18:57
수정
2019.09.20 20:15
1면
0 0

 日 ‘WTO 제소’ 양자협의 수락…“수출규제 WTO협정 부합” 고수 

 합의 가능성 낮아 공식 소송 전망, 결과까지 2~3년 걸릴 수도 

스가와라 잇슈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지난 11일 장관 임명 직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스가와라 잇슈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지난 11일 장관 임명 직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를 제소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양자협의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한일 정부 간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양자협의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다음 단계인 WTO 패널 심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의 WTO 제소와 관련해 양자협의에 응하겠다는 방침을 알려왔다.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일본 경제산업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협의 요청에 응하기로 했다”며 “일본의 수출 관리 제도 재검토는 WTO 협정에 부합한다는 일본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설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7월 4일부터 한국에 수출하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제1조의 최혜국 대우와 제11조 수량제한의 일반적 폐지, 제10조 무역규칙의 공표 및 시행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 11일 WTO에 정식으로 제소했다.

양자협의는 WTO를 통한 분쟁 해결 절차의 첫 단계다. WTO 제소 절차는 일본이 우리나라가 발송한 양자협의 요청서를 확인하면서 이미 시작됐다. 피소국(일본)은 양자협의 요청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회신을 해야 한다. 이날 일본은 회신 기한을 하루 남겨놓고 9일 만에 수락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양자협의 시간과 장소는 일본 측과 조율해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양자협의는 원칙적으로 요청서 발송 후 30일 이내 개시하도록 돼 있으며, 60일 동안 진행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이 양자협의에 실패할 경우에는 공식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이때 우리나라는 WTO에 제3자 입장에서 양자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하는 ‘분쟁해결기구(DSB)’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 분쟁해결기구의 판단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5개월 가량 걸린다. 이 결과에 한쪽이 불복해 최종심까지 갈 경우에는 최종 소송 결과까지 2~3년이 걸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양자협의에서 이번 제소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정치적 동기로 이뤄졌고, WTO 협정을 위배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안보상 필요할 경우 수출 제한을 허용하는 GATT 21조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GATT 21조 적용을 받으려면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하는 것이 안보에 위협을 준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일본 안보에 위협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지금까지 WTO 분쟁에서 GATT 21조 적용이 인정된 사례는 지난 4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분쟁’이 유일하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안은 양자협의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며 “우리 정부가 정밀하게 법적인 논리를 검토해서 소송을 준비 중이지만,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국가 안보 조치로 포장해서 GATT 21조항을 앞세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국 모두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