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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정전 일주일째… 태풍에 무너진 ‘일본의 방재’

입력
2019.09.15 16:00
수정
2019.09.15 19: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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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태풍 15호 ‘파사이’가 관통한 일본 지바현 기사라쓰시에 정전이 발생해 자동차 차량의 전조등 외에 불빛이 보이지 않고 있다. 기사라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9일 태풍 15호 ‘파사이’가 관통한 일본 지바현 기사라쓰시에 정전이 발생해 자동차 차량의 전조등 외에 불빛이 보이지 않고 있다. 기사라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9일 일본 지바현을 관통한 태풍 15호 '파사이'의 영향으로 송전탑이 쓰러져 있다. 지바=AFP 연합뉴스
지난 9일 일본 지바현을 관통한 태풍 15호 '파사이'의 영향으로 송전탑이 쓰러져 있다. 지바=AFP 연합뉴스

방재(防災) 선진국인 일본이 지난 9일 열도를 관통한 태풍 15호 ‘파사이’로 일주일째 몸살을 앓고 있다. 14일 밤 기준 지바(千葉)현에서 14만가구가 정전으로 고생했고, 2만4,000여가구는 정전에 따른 단수를 겪고 있다. 11일이면 복구될 것이라던 전망이 일부 지역에선 이달 말에야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비관적인 예고로 바뀌는 등 피해 수습에 있어 일본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풍이 지나간 9일 당일 지바현 64만1,000가구, 가나가와(神奈川)현 13만8,000가구, 도쿄도(都) 1만2,200가구 등 총 93만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도쿄(東京)전력이 관할하는 지역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최대 규모의 정전이었지만 조만간 복구될 것이란 전망으로 한숨 돌리는 듯했다.

지바현에 전력을 공급하는 도쿄전력은 10일 “11일까지 전면 복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11일 “지바시 등 일부 지역은 12일, 전면 복구는 13일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수정하더니 13일 밤 “향후 2주 이내에 대부분 복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두고 “피해 주민들을 의식해 낙관적인 전망 발표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피해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서둘러 내놓다가 혼선만 키웠다는 것이다. 이를 믿고 복구를 기다렸던 피해 주민들은 태풍 직후 찾아온 무더위에다 정전 영향으로 발생한 단수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15일 밤부터 많은 비가 예상되면서 지붕 등 가옥이 파손된 1,190여가구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복구 지연의 배경은 강풍으로 대형 송전탑 2기가 넘어졌고, 지바현 내 전신주 약 2,000개가 크고 작은 손실을 입는 등 송ㆍ배전 설비의 피해가 큰 탓이다. 나무들이 쓰러져 일부 지역은 진입 도로가 막혀 복구 인력들이 제때 투입되지 못했다. 복구가 지연되면서 정부는 자위대를 투입했고, 14일부터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 피해 지역 지원에 나섰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송전탑은 순간 풍속 초속 40m에 견디도록 규정돼 있다. 이번에 넘어진 송전탑 2기는 해당 기준을 충족했다. 그러나 태풍 파사이는 지바시 관측 사상 최대 기록인 순간 풍속 초속 57.5m로 관측됐다. 스가하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장관은 “기후 변화에 따라 이제까지의 상식을 뛰어넘는 풍속과 강우량 등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설비 기준을 강화할 뜻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이번 피해는 인재(人災)인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전력은 2011년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후 배상 부담 등으로 경영 악화에 시달리면서 송ㆍ배전 설비에 대한 신규 투자와 노후시설 유지 등의 비용을 줄여 왔다. 1991년 9,000억엔에 달했던 설비 투자액은 2015년 2,100억엔으로 감소했다. 지바현 미나미보소(南房総)시에서는 방재 행정을 담당해야 하는 무선기지국의 자가발전 연료가 동이 나 주민들과의 연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지바현도 일부 지자체와 통신이 두절되면서 피해 상황 파악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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