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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징계권 논란 속 민법서 아예 삭제 여론

입력
2019.09.11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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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법 제정 때부터 징계권 인정 “56개국선 체벌 완전 금지법 도입” 

 정부 “체벌은 포함돼 있지 않다” 성급한 규정 삭제에 신중한 입장 

아동단체의 징계권 삭제 서명운동 '체인지 915'. 홈페이지 캡처.
아동단체의 징계권 삭제 서명운동 '체인지 915'. 홈페이지 캡처.

부모가 자녀를 훈육할 권리를 의미하는 ‘징계권’ 조항을 민법에서 전면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체벌=사랑의 매’로 인식하는 사회 정서가 남아 있어 이 조항이 체벌 및 학대를 용인하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자녀의 훈육ㆍ징계는 부모의 자연스러운 양육 과정인 만큼 규정 삭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동권리보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ㆍ굿네이버스ㆍ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10일 친권자의 징계권을 명시한 민법 제915조를 삭제하기 위한 서명운동 ‘체인지 915: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를 시작했다. 해당 조항은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958년 민법을 제정할 때부터 줄곧 인정돼 온 권리다.

부모로부터 신체적 벌을 받았다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 그래픽=김경진기자
부모로부터 신체적 벌을 받았다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 그래픽=김경진기자

이에 대해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은 “제915조는 우리 민법에서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표적 조항”이라며 “현재 56개국이 가정 및 모든 장소에서의 체벌을 완전히 금지하는 법을 도입한 만큼 우리도 법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 개정 취지를 담은 서명을 연내 국회 및 정부 유관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다.

민법상 징계권 조항 개정에 먼저 운을 띄운 건 정부다. 정부는 지난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징계권이라는 용어가 자녀를 부모의 권리행사 대상으로만 오인할 수 있는 권위적 표현”이라며 이를 변경하고 한계를 설정하는 것을 추진 과제로 내놨다. 정부는 징계권이 포용하는 범위에서 ‘자녀의 보호ㆍ교육을 위한 체벌’은 제외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규정 삭제에는 선을 긋는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김민지 법무부 전문위원은 “징계권은 부모가 양육ㆍ교육을 위해 활용하는 방법이며 여기에 체벌은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최근 해석이기 때문에 전면 폐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달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체벌금지는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과 아동복지법에 법제화하였기 때문에 징계권은 한계를 설정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아동복지법, 초중등교육법 등 체벌금지법제가 연이어 마련됐음에도 신체적 체벌에 의한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징계권 삭제’를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아동복지법에 체벌금지가 명문화된 이후에도 징계권 행사 방법으로서 부모의 체벌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보는 견해가 여전하기 때문에 삭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2018)’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복지법 개정(2015)전인 2014년 보호자로부터 신체적 체벌을 받았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25.7%였지만 2018년에도 26.0%로 큰 변화가 없다.

징계권의 삭제ㆍ개정여부와 무관하게 아동 보호권 보장에 초점을 맞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동욱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징계권 규정에 허용되는 체벌 종류를 정하는 식으로 법을 개정한다면 부모의 교육활동 상당수를 범죄로 치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논의의 취지를 살려 보호의무에 관한 규정으로 변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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