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과거사 책임 직시” 외친 포스트 아베

입력
2019.08.31 04:40
21면
0 0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자민당 간사장 


“일본이 과거사를 직시하지 않은 게 많은 문제의 원인이다.”

한국 정치인이나 학자의 말이 아니다.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의 발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그는 일본 정계에서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린다. 그러나 한일 갈등이 ‘강 대 강’ 대치 속에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 정치인이 자국 정부의 ‘역사 의식 부재’를 탓하며 자성을 촉구하는 건 분명히 이례적이다.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한 이튿날인 지난 23일,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으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이라며 “전쟁 책임을 스스로의 손으로 밝힌 독일과 (일본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적었다. 또 “일본과 한반도의 역사, 특히 메이지유신(1868년) 이후의 양국 관계를 배울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도 했다.

11선 중의원인 그는 방위장관을 지낸 안보 전문가다. 자민당 주요 인물로 우파이기는 하나, 극우 색채가 강한 아베 총리와 비교하면 정통 보수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위대 강화 등의 주장을 펼치면서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력히 비난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을 ‘침략 전쟁’이라고 평가하는 등 일본 극우와는 다른 역사 인식을 보여 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포스트 아베’, 즉 2021년 9월 임기를 마치는 아베 총리의 뒤를 이어 차기 자민당 총재 겸 총리를 맡게 될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다만 대중적 지지에 비해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데다, ‘아베 4선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쉽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때는 전체 498표 중 199표를 얻어 아베 총리(141표)를 꺾었으나, 결선투표에서 19표 차로 패했다. 재도전에 나선 지난해 9월 총재 선거에서도 ‘반(反)아베’를 기치로 내걸고 아베 총리와 일 대 일로 맞붙었으나, 또다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