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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이블린 후커(9.2)

입력
2019.09.02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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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LA 게이퍼레이드에 참가해 신이 난 이블린 후커. LA공공도서관 자료. laconservancy.org
1987년 LA 게이퍼레이드에 참가해 신이 난 이블린 후커. LA공공도서관 자료. laconservancy.org

UCLA 심리학자 이블린 후커(Evelyn Hooker, 1907.9.2~1996.11.8)는 1956년 ‘남성 동성애자의 정신적응성(The Adjustment of the Male Overt Homosexual)’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동성애를 정신 질환이거나 비정상적 증상으로 인식하던 당시 심리학계 및 정신의학계의 그릇된 인식에 과학적으로 처음 타격을 가했다.

그가 전문가들조차 의심치 않고 수용하던 저 굳은 편견에 도전하게 된 것은 UCLA에서 심리학을 강의하던 44년, 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생과 친구가 된 뒤부터였다. 그와 어울려 술집과 파티장 등을 드나들며 여러 유쾌하고 지적인 게이 친구들을 알게 됐는데, 그중 한 명이 어느 날 자기 같은 사람을 과학적으로 연구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가 젊고 드문 여성 심리학자인 데다 편견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런 교류도 가능했을 것이다.

노브레스카 주 노스플랫(North Platte) 출신인 그는 중학교 다닐 무렵 180cm가 넘는 키 때문에 또래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곤 했다고 한다. 그는 콜로라도 대학을 거쳐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박사학위(1932)를 받았다. 37년 ‘베를린 심리치료연구소’ 펠로로 선발돼 독일로 건너간 뒤 히틀러의 집권과 ‘수정의 밤(38년)’같은 나치의 유대인 탄압 실태를 직간접적으로 겪었다. 그는 당시 하숙집 유대인 가족이 나치에 의해 집중수용소에서 숨진 사실도 훗날 알게 된다.

그는 나이와 지능, 교육 수준 등에서 엇비슷한 이성애자 남성 30명과 동성애자 30명을 선발, 일종의 성격 테스트인 ‘로르샤흐테스트’서부터 다양한 심리 및 정신 적응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두 통제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동성애를 정신질환이라 주장하던 심리학자들에게 실험 데이터를 나눠준 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를 가려보라고도 했다. 그는 56년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심리학회(APA) 총회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립보건원 정신건강연구소(NIMH)는 61년 그에게 ‘NIMH 연구업적상’을 수여했다. 그의 논문에 자극받은 여러 후속 연구들이 잇달았다. 미 정신의학회는 73년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DSM)에서 동성애 항목을 삭제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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