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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눈] ‘뽀로로’ 영상으로 차 안에 갇힌 19개월 아이 구한 경찰

입력
2019.08.2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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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역시 뽀로로를 좋아해” 기지 발휘한 유동석 순경 

애니메이션 뽀로로. 한국일보 자료사진
애니메이션 뽀로로.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이가 차 안에 갇혔어요. 도와주세요.”

아주 잠깐 방심한 틈에 벌어진 사고였다. 인천 서부경찰서 석남지구대 유동석(28) 순경은 지난 19일 오후 1시 11분 관내 가좌동의 한 야외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 19개월 여자 아이가 갇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아이 엄마가 커피를 가지러 가기 위해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 아이가 자동차 스마트키를 눌러 문을 잠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경찰과 소방관들이 모두 출동해 보험사만 기다리고 있자니 시간이 아까웠다. 낮 기온은 섭씨 30도를 웃돌았다. 야외주차장에 주차된 차 안 온도는 외부보다 더 높았다. 아이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경찰관, 소방관들의 시선에 겁을 먹고 울먹이고 있었다.

유 순경은 처음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만화 뽀로로 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 순경은 20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그런지 아이가 불안해 보였다. 저도 조카 두 명을 돌봐준 경험이 있는데, 뽀로로 영상이 도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시 아이들에겐 뽀로로가 최고였다”며 “구석에 쪼그리고 있던 아이가 경계심을 풀고 뽀로로 영상을 잘 보기 위해 창문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아이가 갇힌 차량의 뒷문은 ‘차일드 록’ 기능이 설정된 상태였다. 아이들이 달리는 차 안에서 호기심에 문고리를 잡아당겨도 열리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다. 차량 문 강제 개방을 염두에 두고 구조 방법을 고민하던 중 유 순경은 아이를 차량 앞 좌석으로 불러오기로 했다.

유 순경은 “평소 부모님이 차 문고리를 여는 방법은 교육했다는 말을 듣고 어쩌면 아이 스스로 문을 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보험사를 기다리는 동안 유튜브 영상으로 아이를 차량 앞문으로 오게 한 뒤 문고리를 여는 시늉을 해 보이자 아이가 곧잘 따라 했다”고 말했다. 아이는 유 순경의 시범을 보며 문고리를 잡아당겨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왔다. 차량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던 아이 엄마는 아이가 나오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다행히 아이 건강에 이상은 없었다.

아이를 구조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 자칫 시간이 지연됐더라면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었다. 유 순경은 “올 여름 저만해도 비슷한 신고를 서너 차례 받았다”며 “아이는 성인보다 더위에 취약하니 부모님이 방심하면 말고 아이를 혼자 두지 않도록 한 번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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