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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칼럼] 툰드라 영구동토층이 심상치 않다

입력
2019.08.20 18:00
수정
2019.08.20 18:0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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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된다. 2010년 한 해 동안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했을 때 480억톤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영구동토층에서 2040년까지 630억톤, 2100년까지는 3,800억톤이 배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은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게티이미지뱅크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된다. 2010년 한 해 동안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했을 때 480억톤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영구동토층에서 2040년까지 630억톤, 2100년까지는 3,800억톤이 배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은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게티이미지뱅크

‘동토(凍土)’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은 없다. ‘얼어붙은 땅’이라는 말에 마음이 훈훈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토는 하늘마저 얼어붙고 태양도 빛을 잃은 곳이 아닌가. 캄캄한 가난한 거리에 메마른 손과 바짝 여윈 얼굴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곳 아닌가.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동토란 북녘 땅의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경험도 할 수 없는 머나먼 땅인 것 같다.

동토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많다. 겨울에 땅이 얼었다가 봄이 되면 다시 녹는 법이다. 하지만 해가 바뀌어도 녹지 않는 땅도 있다. 그걸 영구(永久)동토라고 한다. 2년 이상 흙의 온도가 0도 이하로 유지된 땅을 말한다. 남극대륙과 북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 그리고 고도가 높은 땅에만 있을 것 같지만 북반구 땅의 24%가 영구동토다. 영구동토라고 해서 영원히 동토로 남는 것도 아니고 아주 오래 전에도 동토였던 것은 아니다. 세상에 영원한 게 어디에 있겠는가. 사랑도 변하는데 고작 땅이 변하지 않을 리가 없다.

영구동토층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긴털매머드가 떠오른다. 과학자들은 북극권의 영구동토층에 약 1,000만마리의 매머드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전의 천연기념물센터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긴털매머드 화석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에서 발굴된 것이다.

매머드는 25만년 전에 등장했다. 시베리아에는 1만년 전까지, 북극해에는 불과 3,700년 전까지 살았다. 그리고 멸종했다. 매머드는 큰 동물이다. 사람 빼고는 이렇다 할 천적이 없었다. 그 추운 곳에 사람이 살아야 얼마나 살았겠는가. 사람만의 힘으로 이들을 멸종시켰을 리는 없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긴털매머드는 50㎝에 이르는 수북한 털로 덮여 있다. 추운 곳에 살던 동물이라는 뜻이다. 빙하기에 절정에 달했던 동물이다.

과학자들은 갑자기 환경이 변해서 매머드가 멸종했다고 본다. 약 1만년 전 갑자기 지구가 따뜻해졌다. 이때 인류는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에는 침엽수가 늘었고 땅은 축축해졌다. 사람에게는 좋지만 매머드에게는 견디기 힘든 환경이었다. 인류 압력보다도 더 큰 환경과 기후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매머드가 멸종했다. 이때 매머드만 죽은 게 아니다. 수많은 생물들의 사체가 무수히 많은 미생물들과 함께 영구동토층에 갇혔다.

최근 매머드 상아가 암시장에 넘쳐나고 있다. 매머드 상아가 갑자기 많아진 이유가 있다. 지구가 더워진 것이다. 지구가 더워지자 영구동토층이 말랑해졌다. 여름이 되면 굴착기로 매머드를 쉽게 발굴할 수 있다. 매머드 도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된다. 2010년 한 해 동안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했을 때 480억톤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영구동토층에서 2040년까지 630억톤, 2100년까지는 3,800억톤이 배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고생대에서 중생대로 넘어오는 시점인 2억5,000만년 전 지구에는 세 번째 대멸종이 일어났다. 당시 존재하던 생명 종의 95%가 멸종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였다. 흩어져 있던 대륙이 판게아라고 하는 초대륙을 이루면서 생명이 살기 좋던 해안가가 대륙 내부의 사막으로 변했다. 대기의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그리고 시베리아에서 100만년 동안 화산활동이 계속되었다.

화산이 터지면서 많은 가스가 분출되었다. 그 가운데는 이산화탄소가 있었다. 온실가스다. 지구가 더워지자 해양생물 사체에서 발생한 메탄이 바다 속에 메탄하이드레이트 상태로 저장되어 있다가 대기로 분출되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다. 지구가 더워졌다. 그리고 세 번째 대멸종이 완성되었다.

북극권 툰드라 지역의 영구동토층에 2억5,000만년 전과 비슷한 양상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화산이 터지는 것은 아니지만 영구동토층이 급격히 녹으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있다. 가스와 함께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미생물들이 함께 대기로 진출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판에 지금 시베리아에서는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일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시베리아 상당 지역이 불에 타고 있다. 지난 6월에 발생한 산불이 진화되지 않고 더 확산된 것이다. 이미 남한 면적의 절반이 잿더미로 변했다. 6월 한 달 동안 50메가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는데 8월에는 단 열하루 동안 25메가톤이 발생했다. 영구동토층 화재는 다른 산불과 다르다. 지형의 변화를 가져오고 가스와 미생물의 방출을 가속하면서 지구 기후를 변화시킨다. 국제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영구동토층은 지구온난화의 마지막 방아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방아쇠를 쥐고 있는 존재는 바로 우리 인류다. 우리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된다. 우리가 지구 온난화를 멈추면 된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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