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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대기] 창단 3년째 전국대회 첫 승 감격 광천고 “이거 실화야?”

입력
2019.08.12 18:00
수정
2019.08.12 18:5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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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고 선수들이 1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원주고와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곽지민의 끝내기 적시타로 창단 첫 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광천고 선수들이 1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원주고와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곽지민의 끝내기 적시타로 창단 첫 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충남 홍성에 위치한 광천고는 2017년 6월 창단 당시 2학년 13명, 1학년 1명 총 14명의 소규모 야구단을 꾸렸다. 대부분 다른 학교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전학생 위주의 팀으로 전국 무대에서 뛰는 팀들과 기량 차는 컸다.

실제 그 해 8월 지역 예선이 없는 유일한 전국 대회 봉황대기에서 전국 무대 데뷔전을 치러 첫 상대인 호남의 강자 광주 동성고에 3-14, 7회 콜드게임 패했다. 큰 점수차 패배에 주눅 들법했지만 경기 중반까지 접전을 펼친 선수들은 좌절 대신 자신감을 얻었고, 이는 올해 전국대회 창단 첫 승의 감격으로 이어졌다.

광천고는 1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회전에서 원주고를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7-6으로 꺾고 그토록 기다렸던 ‘1승’을 맛 봤다. 승리 과정도 극적이라서 기쁨은 더욱 컸다. 2-5로 패색이 짙었던 9회말 1사 만루에서 장용하(1년)의 밀어내기 볼넷과 방승현(3년)의 2타점 적시타가 터져 5-5 균형을 맞췄다. 승부치기에선 10회초 수비를 1점으로 막고 10회말 1사 만루에서 곽지민(2년)이 2타점 끝내가 안타를 쳐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9회말 극적인 동점을 만든 광천고의 더그아웃 모습. 이한호 기자
9회말 극적인 동점을 만든 광천고의 더그아웃 모습. 이한호 기자

처음으로 전국 대회에서 승리라는 것을 경험한 선수들은 일제히 얼싸안고 기뻐했다. 창단 3년째 광천고를 지휘하고 있는 이승준(43) 감독 역시 감격스러워했고, 관중석에 자리한 일부 학부모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1승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선수단은 “나이스 게임”이라고 소리 높여 외쳤으며, 휴대폰으로 경기 영상을 반복해서 돌려봤다.

이 감독은 12일 통화에서 “선수들도, 학부모님들도, 코칭스태프도 너무 기쁜 나머지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며 “지금까지도 전날 경기 영상을 다시 보고 있었다”고 웃었다. 그는 이어 “마지막 전국대회 봉황기에서 꼭 1승을 거둬 우리 3학년 선수들과 한 경기라도 더 하고 싶었는데, 그 바람을 이뤘다”며 “그 동안 경기가 잘 안 됐을 때는 선수들이 경기를 놔버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잘 집중했다”고 칭찬했다. 9회말 천금 같은 동점 적시타를 때린 방승현은 “외야 플라이만 치자는 마음이었는데, 원하는 코스에 공이 들어와 자신 있게 쳤다”고 돌이켜 본 뒤 “경기 후 선수들 모두 믿기지 않는 승리에 정말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충남 지역에서 40년 만에 탄생한 고교 야구팀인 광천고는 전국대회 1승을 계기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을 봤다. 이 감독은 “사실 야구 불모지에, 지역도 서울과 떨어져 있어 선수를 수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그래도 올해 봉황대기에서 즐거운 분위기 속에 야구를 하고, 좋은 결과도 보여줬기 때문에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홍성군에서도 야구 인프라 확장을 위해 많이 신경 써 주고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방승현은 “2학년 후배들이 밥상을 잘 차려놓은 덕분에 첫 승이 따라왔다”며 “이제는 1승이 아니라 2승 그 이상을 바라볼 팀”이라고 강조했다. 1회전을 통과한 광천고는 오는 14일 봉황대기 2회전에서 신흥고와 맞붙는다.

한편, 12일 열릴 예정이던 봉황대기 개막 3일째 경기는 우천으로 순연됐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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