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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학생들 돈벌이로 시위" 여론전 펴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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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학생들 돈벌이로 시위" 여론전 펴는 중국

입력
2019.08.11 18:03
수정
2019.08.11 22: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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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이 9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송환법에 반대하는 연좌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는 11일까지 사흘간 지속됐다. AP 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9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송환법에 반대하는 연좌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는 11일까지 사흘간 지속됐다. AP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주말 시위가 10주째 계속되자 중국은 기세를 꺾기 위한 폭로전에 나섰다. 시위대 지도부와 접촉한 미국 영사의 ‘신상 털기’에 나선 데 이어, “경찰을 살해하면 5만홍콩달러(약 773만원)를 받는다”는 음해성 소문까지 퍼뜨리며 시위 동력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유모차까지 끌고 나와 힘을 보태는 등 홍콩 민주화 열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홍콩의 친중 신문 대공보(大公報)와 중국의 인터넷 매체 대하망(大河網) 등은 9일과 10일 “시위에 참가하면 8,000홍콩달러(약 124만원), 물건을 던져 경찰을 살해하거나 구조를 못해 숨지는 경우 5만홍콩달러를 각각 받기로 했다”는 폭로성 보도를 내놨다. 이들 매체는 “온라인 공간에 퍼지고 있는 중년 남성의 발언”이라고 소개하며 “친구의 아들이 시위에 참가해 체포됐다가 풀려나 이 같은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돈벌이를 위해 시위에 나서고 있다”고 비하하면서 “홍콩의 청년들이 속아 과격 시위에 동원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11일엔 중국 펑파이(澎湃)가 “지난 9일 시위대가 쏜 레이저 빔에 맞아 경찰 3명이 눈이 붓고 피를 흘려 병원에 실려갔다. 11명의 경찰이 크게 다쳤다”고 전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과 친정부 단체의 ‘백색테러’에 따른 불만을 돌리기 위해 홍콩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데 열을 올린 것이다. 또 중국 온라인 매체들은 최근 한국의 아이돌그룹 GOT7(갓세븐)의 멤버 잭슨이 아르헨티나 공연에서 팬이 건넨 오성홍기를 높이 들고 환호하는 동영상을 일제히 올렸다. 홍콩 출신인 잭슨이 중국의 국기를 인정하듯,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최근 두 차례 시위에서 홍콩 과격시위대가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닷물에 던진 것과 대조적이다.

홍콩 사태에 대한 영국 등 서방권의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중국은 ‘아편전쟁’까지 언급하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이날 웨이신(위챗) 계정을 통해 “중국은 이미 (아편전쟁이 발발한) 1842년의 중국이 아니며 오늘의 홍콩은 당신들이 마음대로 하는 식민지가 아니다”고 역설했다.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한 결과 홍콩을 영국에 넘겨야 했던 예전의 중국이 아니라며 서방권의 홍콩에 대한 관심을 끄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 전방위 여론전을 통해 시위대의 틈을 벌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홍콩 시민들은 9~11일 사흘간 또다시 시위에 나서며 단결력을 과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0일 “유모차에 탄 어린이와 노년층이 참여한 시위대가 시내 도심을 2시간 동안 행진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자’는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제 노약자들까지 시위에 합류한 모습이다.

홍콩 시민들은 11일에도 중심가인 빅토리아 공원에 수천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송환법 철폐와 강경 진압에 나선 경찰 문책 등 기존 요구 사항 외에 보통선거 도입을 요구하며 경찰과 맞섰다. 앞서 홍콩 시민들은 지난 2014년 정부 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도심을 79일간 점거한 우산혁명을 일으켰으나, 끝내 무산된 전례가 있다. 또 홍콩 국제공항에서는 사흘간 연좌 시위를 벌이며 홍콩을 오가는 외국인과 중국인을 비롯, 전 세계인의 관심과 지지를 촉구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 확산을 우려해 가두 행진을 불허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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