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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360˚] ‘리얼돌’ 수입ㆍ판매 금지 청원 20만명 넘었는데… 실현 가능성은

입력
2019.07.31 10:17
수정
2019.07.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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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개인 영역 국가 개입 최소화” 허용 입장…현재는 막을 길 없어

“본인 얼굴이나 연예인, 지인 얼굴 합성 경우 누가 책임지나” 비판 여전

인천세관본부 조사관이 2017년 4월 인천 중구 항동 인천세관본부 강당에서 성인용 전신인형(리얼돌)을 의류제작 마네킹으로 둔갑, 밀수입 한 일당 검거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리얼돌은 풍속을 해하고 여성의 수치심을 현저히 자극할 우려가 높아 세관의 성인용품 통관심사위원회에서 통관을 불허하고 있다. 뉴스1
인천세관본부 조사관이 2017년 4월 인천 중구 항동 인천세관본부 강당에서 성인용 전신인형(리얼돌)을 의류제작 마네킹으로 둔갑, 밀수입 한 일당 검거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리얼돌은 풍속을 해하고 여성의 수치심을 현저히 자극할 우려가 높아 세관의 성인용품 통관심사위원회에서 통관을 불허하고 있다. 뉴스1

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의 국내 수입이 허용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이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따라 실제 수입ㆍ판매 금지 조치가 가능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된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31일 오전 10시 현재 20만 5,179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 게시자는 “리얼돌은 다른 성인기구와 다르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떠 만든 마네킹과 비슷한 성인기구”라며 “머리 스타일뿐아니라 점의 위치, 심지어 원하는 얼굴로 커스텀(맞춤) 제작도 할 수 있다고 한다”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선 실제로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과 음란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리얼돌도 안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나”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그간 세관 당국은 리얼돌을 풍속(風俗)을 해치고 여성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물품으로 분류해 통관을 불허해왔다. 2017년 한 리얼돌 수입업체는 일본으로부터 성인 여성의 신체 형태를 모방한 길이 159㎝ㆍ무게 35㎏짜리 실리콘 재질의 리얼돌을 수입하려다 국내 반입이 보류되자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도 냈다. 1심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ㆍ왜곡했다”며 세관 당국의 결정이 옳다고 판단했다. 반면 올해 2월 항소심은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ㆍ왜곡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며 2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청원에서는 “리얼돌이 남성의 모습을 본 딴 것이 주였으면 남자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며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본 떠) 했지만 아무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또 “움직임 없는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있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극적인 성인동영상을 보고 거기에 만족 못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수많은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로부터 답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청와대가 사법부 판단인 재판 결과에 대해 자의적으로 별도의 의견을 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앞서 ‘곰탕집 성추행 사건’ 무죄를 주장한 청원이 20만명의 동의를 얻었을 때도 정혜승 당시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삼권분립의 원칙상 사법부나 입법부 관련 사안은 청와대가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관련 대법원 판결이 이미 내려진 상황에서 리얼돌의 수입ㆍ판매 금지 조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정인의 얼굴을 본뜬 리얼돌 주문이 초상권이나 인격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이에 따른 피해나 혼란을 방지하려는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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