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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레이건의 노동 학살(8.5)

입력
2019.08.05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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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8월 5일 파업 농성 중인 버지니아 리스부르크 FAA 관제사와 가족들. 레이건 정부의 해고 통보를 받기 전인 듯하다. AP 연합뉴스.
1981년 8월 5일 파업 농성 중인 버지니아 리스부르크 FAA 관제사와 가족들. 레이건 정부의 해고 통보를 받기 전인 듯하다. AP 연합뉴스.

영국 보수당 대처 내각이 1979년 출범했고, 미국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1981년 1월 임기를 시작했다.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라 불리는 1980년대 신자유주의 시대가 그렇게 대서양 양편에서 개막했다. 각각 ‘영국병’이라 불리던 공공부문의 만성 적자와 비효율의 해법으로, 70년대 오일쇼크와 함께 심화한 전임 카터 집권기의 스태그플레이션의 타개책으로, 두 서방 대표 권력이 꺼내 든 것은 대규모 감세와 친기업적 규제 철폐, 복지ㆍ사회보장 예산 감축이었다. 훗날 페미니스트 저술가 수전 팔루디는 80년대를 페미니즘 ‘백래시의 시대’라고 명명했지만, 보수의 반격에 타격을 입고 퇴각하거나 주저앉은 건 페미니즘만이 아니었다. 가장 선제적이고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건 노동부문이었다.

노동운동에 대한 신자유주의의 가장 도드라진 ‘승리’로 꼽히는 건 대처 정부의 탄광노조 분쇄(1984~1985)다. 만성 적자 탄광의 연쇄 폐쇄 방침에 반발, 연대파업을 시작한 영국 탄광노조는 석탄 비축 등 대처 정부의 치밀한 대비와 비타협적 강경 대응, 집요한 노조원 회유 및 와해 공작 속에 1년여 만에 패배했다. 신자유주의의 가장 거대한 제방이 그렇게 무너졌다.

하지만 노동운동의 기선을 제압한 건, 영국보다 미국이 먼저였다. 레이건은 임기 6개월여 만인 1981년 8월 5일, 파업 중이던 항공관제사 1만1,000여명 전원을 일시에 해고했다. 항공관제사협의회(PATCO) 소속 관제사들은 임금 인상과 근무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연방항공국(FAA)과 협상을 벌였고, 8월 1일 파업을 시작했다. 휴가철 당일 항공편 7,000여편이 결항됐다.

레이건은 그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48시간 내 복귀하지 않으면 전원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방지방법원은 노조에 하루 1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FAA는 3,000여명의 관제사 출신 관제 감독관과 파업 불참자 2,000여명, 군 관제사 900여명을 각 공항 관제탑에 배치, 이틀째부터 파업 영향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레이건 정부는 파업 사흘째인 8월 5일 파업 노조원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고, 평생 연방 소속 관제사 재취업 자격을 박탈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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