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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정원·교도소 세트장·미륵사지… 알콩달콩 데이트하고 백제 문화 탐방도

입력
2019.07.19 04:40
수정
2019.07.22 18: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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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발견, 시티투어버스] <29> 전북 익산

익산 시티투어버스 이용객들이 승강장에서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익산 시티투어버스 이용객들이 승강장에서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익산 시티투어버스 지도.
익산 시티투어버스 지도.

4000개 장독과 숲이 어우러진 고스락

주말 오전 10시 관광객을 태운 시티투어버스는 익산역을 출발해 함열 방향으로 달렸다. 20여분쯤 지나자 첫 번째 코스인 장독정원 고스락에 도착했다. 고스락은 ‘으뜸’ ‘최고’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고스락에 들어서자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담근 전통 항아리가 재미를 선사했다. 고스락 단어의 의미만큼 국내 최대 규모인 10만㎡ 부지에 50~100년 된 장독 수만 4,0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넓은 숲과 옹기종기 모인 전통 항아리가 어우러진 풍경은 장관이다. 줄지어 서 있는 항아리가 주는 고즈넉함은 바쁜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푸근한 장모님 손맛을 느끼게 한다. 이곳은 국산 유기농 원료만을 사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자연 발효 숙성시킨 장류를 만든다. 된장, 찹쌀고추장, 간장, 양파식초 등을 판매하고 식초, 쿠키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입장은 무료이며 주인의 후한 인심에 양파식초와 청국장콩 시식은 덤이다.

고스락 토굴숙성실.
고스락 토굴숙성실.
고스락을 찾은 관광객들이 양파식초와 청국장콩을 시식하고 있다.
고스락을 찾은 관광객들이 양파식초와 청국장콩을 시식하고 있다.
장독정원 고스락에 전통 항아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장독정원 고스락에 전통 항아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장독대 사이를 지나 언덕으로 가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오르면 수천 개의 장독과 정원이 어우러진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전망대에서 항아리를 배경으로 찍는 인증 샷은 필수다. 최근 시티투어버스 코스에 포함되고 관광객 방문 후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급속히 퍼지면서 하루 방문객이 50명에서 지금은 300명에 이를 만큼 지역 명소가 됐다. 한국 전통을 배우려는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김현정(65) 고스락 대표는 “장독 풍경에 푹 빠져 힐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건강식품을 찾는 부모세대는 물론 아이들 방문객도 늘어 편의시설과 체험시설을 확충해 시민 휴식처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고스락 일정을 마친 시티투어버스는 다음 코스인 교도소세트장으로 향했다.

교도소세트장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서은숙 해설사 설명을 듣고 있다.
교도소세트장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서은숙 해설사 설명을 듣고 있다.
교도소세트장을 찾은 젊은이들이 죄수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도소세트장을 찾은 젊은이들이 죄수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교도소세트장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 전시 안내판을 둘러보고 있다.
관광객들이 교도소세트장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 전시 안내판을 둘러보고 있다.

연인들 데이트 코스로 떠오른 교도소세트장

요즘 익산에서 가장 핫한 곳이 교도소세트장이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알려지면서 교도소를 체험하려는 젊은 층 방문이 늘고 있다. 국도 변에 위치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세트장 건물이 나온다. 입구에 죄수와 교도관 포토존이 설치돼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검정 철문의 입구에는 ‘교정’, 담장엔 ‘법질서 확립’이라고 쓰인 글귀가 교도소임을 실감나게 한다. 무료 죄수복 체험과 독방, 면회실, 접견실, 감옥 속에서 인생 사진 찍기 체험 등이 유행하며 명소로 급부상했다. 경기 남양주에서 온 대학생 김희연(20)씨는 “SNS에서 익산을 검색했더니 데이트하기 좋고 꼭 가 봐야 할 곳 추천 1위가 교도소세트장으로 올라와 이곳을 찾게 됐다”며 “죄수복을 입고 교정시설을 둘러보는 체험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교도소세트장은 예전에 아이들이 공부하던 학교였다. 2005년 영화 ‘홀리데이’ 촬영을 위해 익산시와 영화제작사가 폐교된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를 개조해 만들었다. 2만2,000여㎡ 부지에 담장, 망루, 면회장, 취조실, 독방 등 수감시설을 꾸몄고 최근 법정을 새로 설치했다. 세트장 내부는 발걸음을 뗄 때마다 철문과 쇠창살이 이어지고 곳곳에 붙어 있는 수용생활 규칙과 일과시간표, 경고 문구는 실제로 교도소와 차이가 없을 만큼 완벽하다. 영화 ‘7번방의 선물’과 ‘타짜’가 여기에서 촬영됐다. 지금까지 촬영한 영화나 드라마가 300여편에 이른다. 세트장 구석구석 둘러보다 보면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방문객도 크게 늘어 2016년 2만6,049명에서 2017년 10만2,926명으로 1년 사이 4배 가까이 급증했고 지난해는 12만2,423명이 다녀갔다.

현재 남아 있는 국내 최대 석탑이자 가장 오래된 미륵사지석탑.
현재 남아 있는 국내 최대 석탑이자 가장 오래된 미륵사지석탑.
관광객들이 국립익산박물관에서 해설사로부터 미륵사지 조성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관광객들이 국립익산박물관에서 해설사로부터 미륵사지 조성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관람객들이 미륵사지석탑을 둘러보고 있다.
관람객들이 미륵사지석탑을 둘러보고 있다.

찬란한 백제문화 깃든 미륵사지

점심을 먹고 첫 행선지로 금마면 미륵사지를 들렀다. 백제 30대 무왕이 세운 동양 최대 사찰이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면서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무왕과 선화공주가 용화산 밑의 큰 연못에서 미륵삼존이 출현하자 사찰을 짓고 싶다는 부인의 청을 받아들여 연못을 메운 뒤 법당과 탑, 회랑 등을 만들어 미륵사를 세웠다고 한다. 조선시대까지 유지돼 왔다가 임진왜란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 국보 11호 미륵사지석탑과 보물 236호 당간지구 2기가 남아 있다. 석탑은 20년간의 보수를 거쳐 지난 4월 다시 웅장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섰다. 서은숙 해설사가 베테랑답게 구석구석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을 들려줘 역사 공부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미륵산 자락의 너른 터를 배경으로 자리한 미륵사지는 현재 터만으로도 우리나라 최대 규모 사찰의 위용을 짐작케 한다. 절터를 정면에서 바라보면 멀리 우뚝 서 있는 석탑과 당간지주, 호위무사처럼 자리하고 있는 좌우측의 연못 등 백제의 찬란했던 호국사찰을 느껴 볼 수 있다. 서 해설사는 “화려한 조탑 기술과 예술 속에서 미륵의 세상을 꿈꾼 백제인을 상상해 보면 시간을 초월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입구 왼쪽에는 1997년 5월 문을 연 국립익산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역사문화실, 영상실, 건축문화실, 어린이체험실, 세미나실이 있고 5,100여점의 출토 유물 일부가 전시돼 있다. 석탑 해체복원 과정에서 창건 당시 봉안된 사리장엄구는 백제인의 높은 예술적 경지를 잘 보여준다.

백제 무왕 궁궐터에 왕궁리5층석탑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백제 무왕 궁궐터에 왕궁리5층석탑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백제시대 궁궐에 대해 주제별로 정리한 왕궁리유적전시관 내부 모습.
백제시대 궁궐에 대해 주제별로 정리한 왕궁리유적전시관 내부 모습.
왕궁리유적전시관에는 백제시대 건물, 왕궁의 생활 모습 등을 살필 수 있다.
왕궁리유적전시관에는 백제시대 건물, 왕궁의 생활 모습 등을 살필 수 있다.

백제 부활 꿈꾼 무왕의 숨결을 느끼다

버스는 격동의 시기였던 7세기 한반도 중심에서 백제 부활을 꿈꿨던 무왕의 숨결이 느껴지는 왕궁리 유적으로 이동했다. 왕궁리 유적은 미륵사지와 함께 최대 규모의 백제 유적으로 꼽힌다. 면적은 21만6,800㎡에 이른다. 크기를 떠나 왕궁리 유적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유적 터가 백제의 왕도였다고 전해지면서다. 1989년 시작한 발굴조사는 30년째 진행되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궁궐 터에 들어서자 왕궁리5층석탑(국보 제289호)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석탑 옆길을 따라가면 백제시대 궁궐 형태를 경험할 수 있다. 한 시대의 중심지로서 영광을 누렸던 곳이지만 지금은 남아 있는 유물·유적이 많지 않다. 후세에 제대로 조명된 적도 없어 아쉬웠지만 궁궐 터가 전국 사진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1시간가량 궁궐 터를 둘러본 관람객들은 왕궁리유적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내부는 백제시대 건물, 왕의 생활, 왕궁에서 사찰로의 변화 등 주제별로 정리가 잘 돼 있다. 출토 유물은 1만여점 가운데 중요 300여점을 만나 볼 수 있다. 백제 기와를 직접 만져보고 기와 제작과정도 살필 수 있다. 출토된 수막새 제작 체험과 목판 찍기 체험, 백제 왕·왕비 의복 체험, 어좌 체험도 가능하다. 전시관에서 만난 김현서(12)군은 “왕궁 터가 14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말에 놀랍고 신기했다”며 “옛 궁궐 생활 모습과 백제 역사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어 흥미 있었다”고 말했다.

천연보석과 광물, 귀금속 작품 등 12먼여점이 상시 전시된 익산 보석박물관.
천연보석과 광물, 귀금속 작품 등 12먼여점이 상시 전시된 익산 보석박물관.
보석박물관을 찾은 관광객이 순금으로 제작한 미륵사지석탑을 관람하고 있다.
보석박물관을 찾은 관광객이 순금으로 제작한 미륵사지석탑을 관람하고 있다.
귀금속과 액세서리를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주얼팰리스.
귀금속과 액세서리를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주얼팰리스.

블링블링한 12만점 보석의 세계로

백제 유산을 둘러본 버스는 익산IC로 향했다. 이곳엔 국내 유일의 보석박물관이 있다. 익산은 오래 전부터 보석 세공이 발달한 도시다. 박물관에 다다르자 피라미드 모양의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보석과 원석은 건물 2층에 전시돼 있다. 세계 각국의 천연 보석과 광물, 귀금속 작품 등 12만여점이 상시 전시 중이다. 입장해서 첫 번째 만난 보석은 탄생석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자신이 탄생한 달에 맞는 보석을 지니고 다니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전시 작품 중 으뜸은 순금 2,260돈(약8.5㎏)을 들여 제작한 미륵사지석탑과 독일 만프레드 빌드가 다이아몬드 200여개와 수정 등 천연 보석으로 만든 ‘보석꽃’ 작품이다.

관람객들은 평소 볼 수 없는 보석의 화려함에 시선을 압도당했다. 이곳엔 광물 채취부터 연마, 가공을 거쳐 보석이 만들어지기까지 전 과정을 감상하고 생소한 보석 이름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공품은 유리로 막아 만질 수 없었지만 원석 덩어리는 직접 만져 보도록 돼 있다. 박물관 옆에는 귀금속과 액세서리를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주얼팰리스가 자리해 있다. 국내외 60여개의 우수 판매업체가 입점해 있다. 1층은 신랑신부 예물 등 고급 주얼리, 2층은 액세서리·기념품 위주로 판매한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인 화석전시관과 공룡테마파크는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인기 아이템이다.

익산 근대역사관.
익산 근대역사관.
금강의 생태를 배울 수 있는 익산 성당포구 자전거길.
금강의 생태를 배울 수 있는 익산 성당포구 자전거길.
백제말기 무왕과 선화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익산 쌍릉 가는 길.
백제말기 무왕과 선화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익산 쌍릉 가는 길.

‘맞춤형 코스’ 20명이상 단체 관광지 자유선택

익산시티투어버스는 여행 전문가들과 관광지 현장조사를 통해 개발했다. 테마형과 순환형이 있다. 출발과 종착점은 익산역 바로 앞 큰 도로변 동쪽 버스 승강장이다. 테마형은 ‘익산 숨은 보석 찾기’와 ‘세계유산’, ‘맞춤형’ 세 코스다. ‘익산 숨은 보석 찾기’ 코스는 나바위 성당, 고스락, 교도소세트장, 미륵사지, 문화역사의 거리, 전통시장을 연계한 것으로 월요일만 제외하고 매일 운행한다. ‘세계유산’ 코스는 문화원을 경유해 익산쌍릉, 왕궁리 유적, 미륵사지, 보석박물관을 둘러보며 매주 넷째 주 토요일만 운행한다. ‘맞춤형’은 20명 이상 단체 관람객이 3일 전 신청하면 금강일원, 입점리고분전시관, 녹차밭, 춘포일원, 가람문학관 등의 관광지 중에서 선택 관람이 가능하다.

순환형은 고스락, 교도소세트장, 미륵사지, 왕궁유적지, 보석박물관을 경유해 익산역으로 돌아온다. 탑승 인원에 상관없이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1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하루 7차례 운행한다. 승차권 발권은 별도 예약 없이 시티투어 출발시 현장에서 한다. 모든 시티투어버스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테마형은 하루 전 10명 이상 예약해야 운행한다. 이용요금은 성인 4,000원, 단체 3,000원, 학생과 경로우대자·군인 등은 2,000원이다. 김형훈 익산시 문화관광산업과장은 “시티투어버스는 익산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다”라며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코스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익산=글ㆍ사진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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