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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미국 불법 이민자 2000명 표적 색출… 공포의 숨바꼭질

입력
2019.07.14 17:49
수정
2019.07.14 22:4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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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유세기금 모금 행사를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워싱턴DC로 돌아가기에 앞서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4일부터 시작될 미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과 관련 “일요일부터 전국 10개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찾아내 그들의 나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클리블랜드=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유세기금 모금 행사를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워싱턴DC로 돌아가기에 앞서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4일부터 시작될 미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과 관련 “일요일부터 전국 10개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찾아내 그들의 나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클리블랜드=로이터 연합뉴스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네요.”

미국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14일(현지시간)부터 미 주요 10개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대규모 단속에 돌입했다. 이민자들을 위한 은신처 마련에 분주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한 지역 매체에 이같이 말하며, 이민자들이 추방의 두려움에 떨면서 두문불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정당한 법 집행’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공포 분위기 조성에 정치적 목적에 따른 보여주기식 단속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13일 미 CNN 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ICE는 다음날부터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등 미국 10개 도시에 머무는 불법 이민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색출에 나선다. 앞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을 찾아내 그들의 나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 당국이 사전 예고를 하고 단속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중남미 이민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한 경고성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내 이민자 사회에서는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음식을 사재기하고 문을 걸어 잠근 채 칩거하거나 친척 집으로 피신하는 식이다. 직장과 학교에 가는 것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원래 단속 대상 명단에 없었던 이민자들도 우연히 현장에서 적발될 경우 ‘부수적인’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 10개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13일, 시카고 도심에 모인 시위대 수천명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철폐하라”는 문구 등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카고=AP 연합뉴스
미 10개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13일, 시카고 도심에 모인 시위대 수천명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철폐하라”는 문구 등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카고=AP 연합뉴스

시민 단체와 단속이 이뤄지게 될 각 도시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파일 휴스턴’ 등 각종 이민자 옹호 단체들은 은신처와 핫라인을 확보하는 등 패닉 상태에 빠진 이민자들을 돕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 남부빈곤법률센터의 이민 정의 프로젝트 담당자 메리 바우어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민자 가정과 공동체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의도인 테러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13일 시카고에서는 시위대 5,000여명이 모이는 등 주말부터 시작될 단속을 앞두고 미 전역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펼쳐졌다.

시 당국 차원에서도 이번 ICE의 단속에 협조를 거부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샌프란시스코의 런던 브리드 시장이 “이민자들을 추적하겠다면, 우리를 먼저 지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민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고 전했다. 또 뉴욕과 덴버, 애틀랜타 등 다른 단속 대상 지역의 시장들도 시 경찰에 ICE 측을 돕지 말라 지시하는 등 비슷한 발언을 내놓았다고 Vox는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단속의 배경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과 중남미 이민자 유입 차단 등 다른 이민 정책에서 고전하는 상황에서 ‘대대적 단속’으로 유권자들의 눈을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서던 캘리포니아대의 로버트 수로 공공정책 교수는 LA 타임스에 이번 단속이 “많은 두려움과 불안감을 유발하지만, ‘실제 집행’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추방 명령을 받은 불법 이민자는 100만명에 달하지만, 이번 단속의 표적은 2,000명으로 따지고 보면 0.2%에 불과한 숫자라는 것이다.

한편 단속 개시를 하루 앞둔 13일 새벽 워싱턴주(州)에 위치한 ICE 구금시설을 공격하려던 한 60대 남성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사살되는 일이 벌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남성은 소총으로 무장한 채, ICE 시설과 그 인근의 가스탱크에 방화 장치를 투척하는 소동을 벌였다. 해당 센터는 추방 절차를 기다리는 이민자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난해에도 이 남성이 같은 구금시설 앞에서 시위를 하다 경찰을 공격한 전력이 있어 미 당국의 이민자 정책에 항의하려던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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