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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만나다] 양학선 “우물 안 개구리 안 되려면 신기술 만들자”

입력
2019.07.11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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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재기 성공한‘도마의 신’ 양학선과 세계 주니어 마루 1위 류성현 

 ※ 어린 운동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를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인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희망을 키워가는 시리즈를 격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도마의 신 양학선(오른쪽)과 한국 체조의 차세대 주자 류성현이 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마의 신 양학선(오른쪽)과 한국 체조의 차세대 주자 류성현이 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2년 8월 7일은 한국 체조의 새 역사가 열린 날이다. ‘도마의 신’으로 불린 양학선(27ㆍ수원시청)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비장의 무기 ‘양학선’ 기술을 성공시키며 52년 묵은 한국 체조의 올림픽 금메달 한을 풀었다. 1960년 로마올림픽부터 참가한 한국 체조는 그간 은메달과 동메달만 각각 4개를 땄다.

이 쾌거는 ‘양학선 키즈’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헝가리에서 열린 기계체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마루 1위를 차지한 류성현(17ㆍ울산스포츠과학고 2년)은 양학선을 보고 체조를 시작한 대표 주자다.

지난 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우상 양학선과 마주한 류성현은 “지난해 11월 선수촌에 잠깐 입촌했을 때 (양학선) 형을 처음 봤는데, 매우 설렜어요”며 “형의 기술이 엄청 멋있어서 똑같이 해보려고 했지만 잘 안 되더라고요”며 머리를 긁적였다. 후배의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 소식을 접한 양학선은 “(류)성현이는 마루에서 시니어 대표 통틀어 1, 2등을 할 정도라서 아시아에서는 ‘넘버원’도 가능하다”며 “몸 관리를 잘한다면 향후 한국 체조를 이끌어갈 선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양학선이 류성현의 착지 자세를 바라보고 있다.
양학선이 류성현의 착지 자세를 바라보고 있다.


류성현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첫 국제대회라 울렁증이 좀 있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양학선에게 “형은 최고의 무대 올림픽에서 어떻게 긴장감을 이겨냈는지 궁금해요”라고 물었다. “나도 처음 국제무대 경험을 주니어 대회에 나가 링과 도마 금메달을 딴 기억이 난다”고 돌이켜본 양학선은 “큰 대회는 기술보다 정신력이 중요해. 떨림을 즐길 줄 알아야 하는데, 훈련 과정에서 이를 극복해야 실제 긴장된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 힘을 쓸 수 있지”라고 답했다.

이어 “런던올림픽 당시 도마 기구도 연습했던 기구와 다르고, 엉덩방아를 자주 찧던 고난도 기술을 해야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긴장감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훈련 때 마음을 다스렸던 효과를 봤어. 성현이도 기술적인 부분은 워낙 잘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부분을 잘 조절하면 어떤 무대든지 원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거야”라고 조언했다.

양학선의 파란만장한 선수 인생은 류성현에게 귀감이 됐다. 특히 런던올림픽 이후 지독할 정도로 긴 시간 부상 악령에 시달리다가 올해 다시 ‘신의 귀환’을 알린 역경 극복 경험담은 더욱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양학선은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는 아킬레스건까지 끊어졌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예선 1위에 올라 부활을 알리는 듯 했지만 햄스트링 통증이 재발해 결선 직전 기권했다. 20대 후반에 접어든 그를 두고 ‘이제 양학선은 끝났다’라는 얘기가 나올 때 극적인 반전을 일으켰다. 지난 3월 국제체조연맹 월드컵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며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1위 이후 6년 만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양학선은 “정상을 찍고 지하 100층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성현이는 잘 모를 거야.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데 계속 다치고, 또 다치고 하다 보니 지쳤어. 무엇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아팠어”라고 털어놨다. 그는 “다쳐서 못 뛰는 건데 ‘올림픽 금메달 따고 변했어’라는 말을 듣는 게 정말 힘들었지.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결선을 관중석에서 처음 지켜볼 때 그 착잡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어. 이후 모든 걸 내려놓고 체조를 떠나려고 했었다”라고 고백했다.

양학선은 “소속팀(수원시청) 김성만 감독님에게 은퇴하겠다고 얘기했는데 몸은 병원을 가고, 훈련장으로 가고 있었어. 90%가 나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해도 나를 믿고 힘을 주는 10%를 위해 이겨내려는 의지가 생겼어. 힘들 때 옆에서 응원해준 분들에게 재기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결국 10% 희망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학선과 류성현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양학선과 류성현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은 선배의 얘기에 류성현은 “저도 중학교 때 정강이를 다쳐 슬럼프에 빠졌어요. 재활 운동만 반복해서 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리고 올해 3월에도 부상이 반복돼 선수촌에서 퇴촌했다. 양학선은 “3개월 전부터 매일 훈련을 마친 뒤 일지를 쓰고 있어. 어떻게 훈련할 때 햄스트링이 좋고 안 좋은지를 꾸준히 체크해서 참고하고 있어. 정강이 피로골절이 오면 굉장히 많이 고생하니까 성현이도 일지를 쓰면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돼. 뼈에 좋은 칼슘을 많이 먹는 등 몸에 투자도 많이 하고”라며 충고했다.

또한 양학선은 “주니어 시절 기술만 갖고 현실에 안주하다가 시니어 대회에 나가 보니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느꼈어. 이걸 이겨내기 위해 신기술 ‘양학선’을 만든 거야. 지금 성현이의 기술도 좋지만 안주하지 말고 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기술을 계속 만들어봐”라고 다독였다. 류성현은 “형처럼 자기 이름을 가진 기술을 저도 갖고 싶어요. 제일 자신 있는 마루에서 네 바퀴 반 도는 신기술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실 성공률은 조금 낮지만 많이 하면 될 거예요”라고 쑥스럽게 웃었다.

진천=글ㆍ사진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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