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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존 헨리의 망치질(7.9)

입력
2019.07.09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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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버지니아 빅밴드터널 앞의 존 헨리 동상. 그는 미국판 노동영웅이면서,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은유-상징한다. 위키피디아.
웨스트버지니아 빅밴드터널 앞의 존 헨리 동상. 그는 미국판 노동영웅이면서,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은유-상징한다. 위키피디아.

망치질이 다양한 노동의 몸짓을 아우르는, 노동의 상징이 된 데는 망치라는 도구와 행위 자체의 형태적 단순함이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망치는 못을 박아 집이나 가구를 만들고, 바위를 깨트려 도로와 철도를 낸다. 좋든 궂든 구체적인 성과를 낸다는 점에서 상징의 자리를 두고 경쟁할 만한 ‘삽질’과 차별화된다. 그래서 100년 전 러시아 혁명가들은 프롤레타리아의 붉은 깃발에 낫과 망치를 그렸다.

현대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는 서울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바젤, 미국의 댈러스, 댄버, LA, 뉴욕 등 여러 도시 한 복판에 자신의 대표작 ‘망치질하는 사람 (Hammering Man)’을 세웠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망치질은 인간 노동, 아니 임금 노동 시스템에 포섭된 현대 인간의 삶(의 형식) 자체를 환유해 왔다.

보로프스키의 모티프가 뭔지는 몰라도, 미국서 ‘망치질’ 하면 단연 노동 영웅 ‘존 헨리 (John Jenry)’를 앞세워야 한다. 그는 대륙 북동부 작은 나라 미국이 도로와 철도를 핏줄처럼 뻗어내며 서부로 남부로 거침없이 확장해가던 19세기 건설 노동자였다. 그의 보직은 해머를 드는 ‘스틸 드라이버(steel-driver)’, 그 중에서도 암반을 깨서 다이너마이트를 삽입할 구멍을 뚫는 거였다. 1870년 그의 회사가 작업 능률을 높이기 위해 구멍 뚫는 기계(스팀 드릴)를 시범적으로 도입했고, 헨리는 인간을 대표해 기계와 시합을 벌였다. 그는 하루 반나절 간의 쉼 없는 망치질로 승리했다. 하지만 직후, 고장 난 기계처럼 그의 심장도 멎었다. 헨리 이야기는 버지니아 앨라배마 등 산을 뚫고 철길을 닦은 마을 여러 곳의 전설로, 시와 노래로 전승됐다.

1920년대 한 사회학자는 동상 건립의 유력한 후보지로 ‘빅밴드 터널’이 있는 웨스트버지니아 탤컷(Talcott) 마을을 꼽았다. 탤컷 협곡 따라 흐르는 강이 있고, 폐광의 갱도와 석탄박물관이 있고, 주립공원이 걸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주민은 500명이 채 안 되고, 평균 연령도 58.6세(미국 평균 37.4세)다. 그들이 1972년 터널 입구에 존 헨리 2.5톤 동상을 세우고 동판을 설치했다. 또 1995년 7월 7~9일(올해 7.12~14)을 시작으로 매년 그맘때 주말을 끼워 사흘간 노래하고 춤추고 강에 고무오리를 띄우는, 생각해보면 무척 슬픈 축제를 벌인다. 오늘이 그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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