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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강경파 설득 대신 합의문 스스로 뒤집어… 리더십 치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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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강경파 설득 대신 합의문 스스로 뒤집어… 리더십 치명상

입력
2019.06.24 20:00
수정
2019.06.24 2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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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당 ‘국회 정상화’ 추인 불발… 국회 정상화 당분간 답보 가능성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19.6.24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19.6.24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치명상을 입었다. 강성 대여 투쟁을 주도해 온 나 원내대표는 24일 국회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국회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지만, 당내 의원들의 비토로 합의문을 스스로 찢는 처지가 됐다. 합의문을 작성한지 불과 2시간 만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내 의원들과 함께 강원 삼척항을 찾아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의 청와대의 은폐ㆍ조작에 대한 국정조사’를 거듭 요구했다. 80일간 이어 온 대여 장외 투쟁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서울로 돌아온 나 원내대표는 돌연 태도를 바꿔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3당 원내대표의 합의문에는 ‘선거법ㆍ공수처법ㆍ검경수사권조정법 등 패스트트랙법안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 ‘5ㆍ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등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 등 한국당이 상당 부분 양보한 것으로 해석되는 내용들이 담겼다. ‘국회 빈손 복귀’까지는 아니지만, 한국당 강경파 입장에선 아쉬운 합의였다. 한국당의 장외 투쟁에 대한 여론이 싸늘한 데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열어야 하는 입장인 만큼, 나 원내대표는 마음이 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당내 의원들에게 합의안을 추인 받지도, 결정권을 위임 받지도 않은 채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는 ‘대승적으로 국회로 돌아가는 시나리오’에 당내 의원들이 동의할 것이라 자신한 듯하다. 국회 파행이 길어질수록 비판 여론이 자신을 향하리라는 것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더불어민주ㆍ자유한국ㆍ바른미래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문 요지/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더불어민주ㆍ자유한국ㆍ바른미래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문 요지/김경진기자

나 원내대표의 기대와 달리, 합의문 발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그는 난타를 당했다. 발언에 나선 대다수 의원들이 나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의 여야 합의 처리를 명확하게 약속 받지 못하고 ‘합의 정신’이라는 표현으로 뭉갠 점, 5ㆍ18 특별법 처리를 덜컥 합의해 준 점, 한국당이 당초 요구한 ‘문재인 정부 경제 실정을 따지는 경제청문회’ 대신 ‘국회의장이 주관하는 경제원탁토론회’ 개최로 한 발 물러선 점 등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나 원내대표는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나 원내대표 선택은 정면돌파가 아니라 또 다른 회군이었다. 리더십을 발휘해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대신 그는 국회 정상화 합의를 스스로 뒤집었다. 그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국회 정상화 합의는 의원총회 추인을 전제로 한 합의였지만, 조금 더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저희 당에서는 추인이 어렵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원님들은 다시 한 번 저에게 힘을 내 합의를 다시 해달라고 하셨다”며 “저에게 더 큰 권한을 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당의 차기 대권 구도가 안개 속인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3년차 국정 장악력이 건재한 만큼, 당내 강경파가 나 원내대표를 당장 본격적으로 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나 원내대표 재신임 요구 등 강성 발언이 주를 이루지는 않았다. 다만 모범생 이미지를 벗고 투사 이미지로 거듭나 더 큰 정치적 미래에 도전하려던 나 원내대표의 계획엔 차질을 빚게 됐다. 그의 비좁은 재량권이 확인된 이상, 여야의 국회 정상화 협상도 속도를 내지 못할 전망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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