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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유럽의 혁신과 ‘얀테의 법칙’

입력
2019.06.25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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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노르웨이 오슬로 총리관저에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노르웨이 오슬로 총리관저에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유럽 국가와 인연은 오래되고 깊다. 1896년 조선 황실에 전화기가 최초 설치됐다. 스웨덴 에릭슨사 전화기다. 그로부터 3일째 되던 날, 고종 황제는 전화로 김구 선생의 사형 집행 정지를 명한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노르웨이는 의료지원단을 부산에 보냈다. 전쟁이 끝난 후 현재 국립의료원의 전신인 메디컬센터 설립을 도왔다. 이러한 역사 속 긴밀한 인연은 최근 다양한 교류 협력으로 이어진다. K팝 바람이 북유럽에 불고, 신뢰가 깊어야 가능하다는 방산 협력이 이뤄졌다. 핀란드는 우리 K-9 자주포를 도입했다.

북유럽 국가는 경제규모는 크지 않지만 혁신은 세계 제일가는 수준이다. 핀란드는 노키아 쇠퇴로 한때 경제가 어려웠지만, 신산업 발굴과 창업 활성화로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산업 중심의 창업 경제로 변신했다. 스웨덴은 1990년대 세계 1위 연구개발투자에도 산업적 성과가 부족했다. 이에 연구개발에 개방형 혁신을 도입하고 산학연 협력을 강화했다. 지금은 유럽 최고의 유니콘 팩토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018년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스웨덴은 3위에 올랐고 핀란드는 7위를 기록했다. 이들은 혁신 활동을 통해 첨단 산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며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우리나라는 혁신성장 잠재력이 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은 2017년 4.5%로 세계 1위다. 미래 혁신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는 6년 연속 세계 1위다. 제2벤처 붐 확산, 규제 샌드 박스 시행 등으로 혁신 기반이 확충되고 있다. 미래차, 바이오, 시스템 반도체 등 3대 산업이 혁신성장을 주도하도록 민관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3국을 국빈 방문했다. 북유럽 국가와 혁신성장 협력에 마침내 물꼬가 텄다. 바이오, 조선해양, 수소경제 등에서 의미 있는 협력이 이뤄졌다. 스웨덴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양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5년간 6억3,000만 달러 이상을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다. 우리 바이오 산업의 잠재력과 정부 정책을 긍정 평가한 결과라 더 의미가 크다.

조선해양에서는 노르웨이와 미래형 선박 협력을 강화한다. 자율운항 선박, 시추선 자동화, 친환경 도료 등에서 협력사업이 추진된다. 내년에 한-노르웨이 해양기술연구센터가 설립돼 친환경·첨단 선박 기자재가 공동 개발된다. 노르웨이는 수소 분야에서도 선진기술을 보유했다. 노르웨이는 수소 생산과 저장기술에서, 우리나라는 수소차, 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한-노르웨이간 수소협력 실무그룹이 구성되고 수소 생산, 활용 및 안전에 관한 협력 과제가 발굴될 계획이다. 핀란드와는 미래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청정기술에서 실질 협력이 증진된다.

북유럽에는 ‘얀테의 법칙’이라는 행동지침이 널리 통용된다. 얀테는 노르웨이 작가 악셀 산데모세의 소설에 나오는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자신을 특별히 여기지 말라’, ‘자만하지 말라’ 등 겸손과 배려를 강조하는 10가지 행동지침이 있다. 이런 인식이 개방형 혁신과 협업을 촉진하는 ‘혁신문화’를 만들었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북유럽 국가와 혁신성장 협력의 큰 틀이 마련됐다. 기업간 협업, 산학연 협력 등이 활성화되고 성과 창출이 탄력을 받으려면 혁신문화가 따라야 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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