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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시애틀의 실험…”마약범은 범죄자 아닌 환자”

입력
2019.06.23 16:41
수정
2019.06.23 19: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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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검찰 당국,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약 소량 소지자는 불기소

처벌 대신 재활 프로그램에 집중

시애틀 검찰 당국이 지난해부터 마약 소량 소지자는 기소하지 않기로 해 주목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애틀 검찰 당국이 지난해부터 마약 소량 소지자는 기소하지 않기로 해 주목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약 소지자를 처벌하지 않고 치료 위주로 대응하는 미국 시애틀의 실험에 미 전역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가 아니라 환자로 보면서 마약 중독자의 자립을 돕겠다는 취지인데, 수십년간 진행된 강경한 처벌책으로 풀지 못한 마약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마약범에 대한 느슨한 처벌로 마약 사용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시애틀시가 속해 있는 워싱턴주 킹 카운티 검찰 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1g 이하의 마약 소지자는 기소하지 않고 재활 프로그램으로 넘기고 있다. 포르투갈이 2001년 마약 소량 소지를 비범죄화하면서 주목받았는데 미국에선 시애틀이 첫 도시가 된 것이다. 이 결정을 내린 킹 카운티의 댄 새터버그 지방검사장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마약 소지 사건이 한해 800~1,000건으로 이를 처벌하는 데 연간 300만 달러의 세금이 쓰인다”며 “하지만 똑같은 사람을 체포해 처벌하고 다시 길거리에 버리는 쳇바퀴 시스템으로 마약 중독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약 중독은 암이나 당뇨와 같은 병으로서 마약 중독자들은 병들었기 때문에 감옥에 넣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약 판매상들은 여전히 엄격한 처벌 대상이지만, 단순 마약 소지자들은 감옥 대신 정신 상담, 치료, 직업 교육 등을 제공하는 재활 프로그램(Law Enforcement Assisted DiversionㆍLEAD)의 지원을 받는다. 2011년부터 시작된 LEAD 참가자들은 다른 마약 중독자들에 비해 중범죄 비율이 40%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30여년간 마약 단속 업무를 해왔던 새터버그 지검장이 방향을 전환한 것은 마약 중독자인 여동생 때문이었다. 여동생의 마약 중독에 충격을 받아 그와 불화를 겪었으나 마약 중독에 대해 연구하면서 부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고 한다. 여동생은 마약 중독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지난해 숨졌다. 시애틀의 실험에 자극받아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의 검찰 당국도 비슷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홈리스(노숙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역 사회 일각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느슨한 처벌이 홈리스의 마약 사용을 더 부추기고 마약을 구입하기 위한 절도 등 중범죄도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다. 검찰 당국의 실험이 시애틀의 마약 사용과 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WP는 전했다. 일부 지역 사회의 반대 속에서도 새터버그 검사장은 “이 실험을 계속하고 싶다”며 “처벌 대신 사람들을 돕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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