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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되는 조건

입력
2019.06.22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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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 에스플라나디 공원 인근의 평온한 일상. 헬싱키=최흥수기자
핀란드 헬싱키 에스플라나디 공원 인근의 평온한 일상. 헬싱키=최흥수기자

유엔은 매년 ‘세계 행복 리포트(The 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한다. 그리고 거의 매번 상위 5위권 국가들은 노르딕 국가들이 차지한다. 2019년에는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그리고 네덜란드였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국가는 이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야기들을 하곤 한다. 일단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세계행복리포트가 행복한 나라의 순위를 매기는 기준들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미루어 두도록 하자. 그리고 나는 오늘 이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글을 쓴다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 싶다.

왜 이 국가 사람들이 행복한가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가장 흔히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휘게’ 라는 콘셉트다. ‘휘게’는 덴마크와 노르웨이어에서 온 말인데, ‘따뜻하고 편안한 마음의 상태’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노르웨이어로는 ‘코스리(Koselig)’라고 하기도 한다. 사실 모든 언어가 그렇듯, 이 콘셉트를 한국어로 정확히 표현하기는 힘들다. 한국에서도 한참 ‘휘게 라이프’가 붐이었다. ‘휘게 라이프’는 일을 끝내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촛불을 하나 켜놓고 배우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는 가까운 공원으로 슬슬 산책을 나가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작은 소소함에서 행복을 찾는 것 정도라고 해야 할까.

두 번째로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것이 자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이 국가 사람들이 일상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고,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면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해가 긴 여름에는 밤늦게까지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깜깜하고 추운 겨울에도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유치원 선생님들도 만 5세도 안 된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등산을 가서 소시지 등을 그릴에 구워 먹는다. 한국의 유원지처럼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냥 산속 어느 한 귀퉁이에서 말이다. 눈이 펑펑 와도 취소하지 않는다. 그리고 행복한 이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많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는 아이들이 더 행복해지고, 창의적으로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두 가지가 다 좋은 것이라는데는 동의한다. 그런데, 정말 ‘휘게 라이프’를 즐기며 자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 행복해질까?

물론 행복은 상당히 주관적인 감정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극한 상황에 처할 확률이 거의 ‘제로’라고 생각하게 되면, 편안해진다. 여기서 극한 상황이란, 돈이 없어서 먹을 것을 살 수 없다든가, 잘 곳이 없다든가, 또는 다쳤을 때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다든가 등등…. 다시 말하면 생존 자체와 관련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편안함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여유로움을 준다. 가장 행복한 국가의 사람들이 나머지 국가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살지는 않는다. 많은 독자가 진짜 이 국가의 보통 사람들의 삶을 본다면, 이 국가들을 부자 국가라 부르는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중산층은 높지 않은 개인소득에, 엄청나게 높은 세금을 낸 후 검소한 삶을 살고 있다. 임금 대비 집값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마치 모든 것이 공짜일 것 같은 복지 천국이라는 환상 역시, 현실을 알고 나면 깨질 것이다. 이 모든 것 대신 이 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은, 자신이 극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극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 안전망을 가지고 나서, 그 위에 작은 것에 만족하려 하는 삶이 포개진다면 누구나 좀 더 쉽게 행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영주 닐슨 스웨덴 예텐보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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